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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코로나19는 지금도 심각하지만, 미래를 예측불가능하게 한다는 불안심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문명의 한계, 그중에서도 종교는 자신의 존재감을 거의 상실하다시피 하고 있다. 실제 자본주의가 폭주하는 동안 종교는 손을 쓰지 못했다. 지난 200~300년 동안 인간의 욕망과 함께 무질서도 크게 확산됐다. 1·2차 세계대전 같은 대규모 전쟁, 빈익빈 부익부 증대, 지구환경의 악화, 사회적 증오와 갈등 등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행복의 감정 또한 물질적 풍요에 반비례하고 있다. 필자도 참여한 원불교환경연대10주년 기념포럼에서 홍기빈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종교야말로 인간의 욕망을 무한긍정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한 종교의 책임을 거론했다. 

그런데 ‘위험사회’를 쓴 울리히 벡은 다른 저서인 ‘자기만의 신’에서 종교가 문제의 일부일 뿐만이 아니라 해결의 일부도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는 ‘세계정치에서 더 이상 종교가 하는 역할이 없다’라는 테제에서 ‘종교는 세계정치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다’로 방향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로 교단중심의 종교는 해체되어 가지만, 신과 직접 소통하는 개인의 신앙 행위는 늘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세계시민적 보편성을 지향하는 종교가 세계질서를 바로 잡는 데에 핵심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즉, “평화가 진리를 얼마나 대신할 수 있는가에 따라 인류의 존속이 결정된다”라며 종교의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담론은 배타적인 서양종교권 안에서 본 시각이다. 다른 세계로 눈을 돌려 보면, 아프리카의 우분투 사상이나 동양의 성불제중과 같이 더불어 사는 사회의 질서를 확립하는 전통사상은 이미 존재했다. 전자는 타자를 통한 인간의 완성을 의미한다. 사회적 연기(緣起)의 아프리카판으로 공존, 관용, 동정, 자비를 구현하는 오래된 지혜다. 구체적으로는 헌법재판관 알비 삭스의 ‘블루 드레스’에서 보듯이, 인종차별정책으로 인해 쌓인 원한을 해결하기 위해 남아공이 설치한 진실화해위원회의 핵심사상으로 꽃을 피웠다. 

후자는 자신의 변화를 축으로 타자와 사회를 바라보는, 동양의 종교 및 철학의 핵심이다. 불교나 유교가 대표적이다. 결국 코로나19의 해결책은 원인제공자인 인간의 욕망을 축소하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 슈마허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최소자원의 최대효율이라는 측면에서 불교야말로 가장 자본주의적이라고 한 뜻이 여기에 있다. 자본의 지구화에 대응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지만, 결국 자기만의 신을 믿는 인간의 반성에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경제라는 언어는 인간의 욕망이라는 말을 금기어에 가깝게 감추고 있다. 인간은 극도의 고통 속에서조차도 자신을 기만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교는 과연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불교의 장점은 중관, 유식, 그리고 선사상이 보여주듯 인간 인식의 변화가 모든 변화의 중심이라고 보고, 역사와 더불어 적극 실천해왔다는 점이다. 물론 지금은 문제가 지구적 차원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인간이 바뀌어도 세계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보조국사가 ‘권수정혜결사문’에서 “땅으로 인해 넘어진 사람은 땅으로 인해서 일어나며, 마음을 여의고 부처를 구하는 것 또한 옳지 않다”고 설한 것처럼 결자해지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원효대사가 강조한 파사현정을 더한다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충분하다. 최근 회자되고 있듯이, 브라질의 돔 헬더 까마라 가톨릭 대주교가 “가난한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면 사람들은 나를 성자라고 한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왜 먹을 것이 없는지 그 이유를 물어보면 사람들은 나를 빨갱이라고 한다”는 말이 이제는 불교계에서도 나와야 한다. 개인의 마음공부와 함께 사회적 마음공부가 짝을 이루어야 지구의 재난 또한 극복될 수 있다.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 그리고 현대 참여불교의 역사는 선악 양면의 인간 진화에 대한 불교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는 불교의 개입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원영상 원광대원불교학과교수 wonyosa@naver.com

 

[1542호 / 2020년 6월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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