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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한국전쟁 시기 야전병원 증거 자료 추가 발견

  • 교계
  • 입력 2020.06.26 19:17
  • 호수 1543
  • 댓글 0

6월24일, 대광명전 부상병 낙서 흔적
이름·글 새기고 군인 모자 등 그려
김진조 김내과의원장 증언도 생생해

통도사 대광명전의 벽면. 야전병원 시절 기록으로 보이는 다양한 낙서가 새겨져 있다. 자료제공=통도사.
통도사 대광명전의 벽면. 야전병원 시절 기록으로 보이는 다양한 낙서가 새겨져 있다. 자료제공=통도사.

지난해 10월 통도사 용화전 부처님 복장 연기문을 통해 한국전쟁 시기 통도사가 야전병원으로 운영된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이번에는 통도사 경내 대광명전에서 야전병원 시기 군인들이 새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낙서 흔적이 발견됐다. 통도사는 국방부에 ‘육군31야전병원 분원’이었던 사실을 인정해 달라는 요청을 거듭할 예정이다.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현문 스님)는 6월24일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통도사에서 발견된 육군31야전병원 분원 운영 증거 자료’를 추가 공개했다. 이번에 통도사가 밝힌 자료는 경내 대광명전 내·외 벽면에 낙서처럼 새겨진 다양한 글씨와 그림 등이다. 이곳에는 이름과 날짜가 기록돼 있으며 전우, 정전, 퇴원을 비롯한 전쟁 관련 단어 등도 발견된다. 또 군인 모자나 탱크, 트럭 같은 이미지를 그린 그림도 찾을 수 있다. 통도사에 따르면, 이 낙서들은 대부분 병실로 사용된 대광명전의 벽면에 부상병들이 못이나 연필, 칼 등으로 새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4284년’이라는 표시의 경우 단기(檀紀)로 해석하면 1951년에 해당, 한국전쟁 시기의 기록일 가능성을 높였다.

통도사 대광명전 낙서. 단기 4284년 기록이 있다. 사진제공 = 통도사.
통도사 대광명전 낙서. 단기 4284년 기록이 있다. 사진제공 = 통도사.

통도사는 이번 대광명전 기록 발견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통도사가 야전병원으로 이용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통도사가 구전으로만 전해오던 야전병원 시절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한 것은 지난해 가을이다. 2019년 10월1일 영축총림 통도사가 한국전쟁 시절 3000명의 환자를 돌보는 야전병원의 역할을 한 사실이 기록된 자료가 통도사 용화전의 미륵부처님 복장유물에서 발견된 것이다. 1952년 용화전 미륵부처님을 새롭게 조성한 사실을 기록한 ‘용화전미륵존불갱조성연기(龍華殿彌勒尊佛更造成緣記)’의 내용을 통해서다.

통도사는 “연기문 내용에는 ‘한국전쟁 후 국군 상이병사 3000여 명이 통도사에 들어와 1952년 4월12일 퇴거했다(佛紀二千九百七十七年庚寅六月二十五日事變後國軍傷痍兵三千餘名이入寺하야 二九七九年壬辰四月十二日에退去則)’는 기록이 발견된다”며 “당시 ‘각 법당과 암자가 말할 수 없을 만큼 피폐되었고, 용화전 미륵불이 심하게 파손되어(寺刹各法堂各寮舍各庵全部頹敗는不可形言中龍華殿彌勒佛은永爲破損되야不可見餘) 자운 율사와 월국 선사의 모연 아래 새롭게 조성했다’는 기록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이후 통도사는 통도사 주지 구하 스님의 마을상좌였던 김진조 김내과의원장으로부터 당시 통도사가 야전병원으로 운영됐다는 관련 증언도 들을 수 있었다. 김 원장에 따르면, 한국전쟁 시기 통도사는 부산 초량동에 위치한 육군31야전병원의 분원으로, 병중이 깊어 장기 요양이 필요한 군인들이 통도사로 옮겨와 치료를 받았다. 통도사 스님들 중 일부는 경내가 병원으로 운영되자 마을로 밀려나 살아야 했다. 군인들은 경내 마룻바닥을 군화를 신은 채 걸어 다녔고 성보를 함부로 다루는 등 사찰환경의 훼손도 상당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스님들은 군인들의 회복에 정성을 다했고 치료 중 결국 목숨을 잃는 군인들을 위해서는 장례를 정성껏 치르며 고인의 극락왕생을 염원했다.

대광명전에 그려진 군인 모자 그림. 사진제공=통도사.
대광명전에 그려진 군인 모자 그림. 사진제공=통도사.

통도사는 올해 초, 일련의 증거 자료와 통도사 주지 구하 스님의 유발상좌인 김진조 김내과의원장의 증언 등을 취합해 통도사에서 야전병원 운영된 사실을 인정해달라는 국방부와 육군본부, 국군의무사령부로 공문을 발송했으나 반송되거나 관련 자료가 없다는 답신만 돌아왔다. 통도사는 최근 대광명전의 기록이 발견된 만큼 통도사 사하촌인 평안마을 주민과의 면담과 한국전쟁 자료를 제공한 이병길 시인의 자문 등을 통해 제31육군병원 통도사 분원 인정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또 일련의 취합된 통도사의 역사와 기록을 바탕으로 참전용사들과 호국영령, 전쟁 관련 수많은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대규모 수륙대재도 추진할 전망이다.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은 “통도사가 한국전쟁 시기 병원으로 군인들의 아픔을 달래고 치료하는 도량이 되었다는 사실은 수많은 기록과 증언이 증명하고 있지만 정작 국방부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안타깝기만 하다”며 “통도사 사부대중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이 땅의 모든 호국 영령들의 평온한 안식을 염원하며 당시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야전병원으로 군인들을 위해 정성을 다했던 어른 스님들의 원력과 정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기 4284년 기록이 나무에도 새겨져 있다. 사진제공=통도사.
단기 4284년 기록이 나무에도 새겨져 있다. 사진제공=통도사.

양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43호 / 2020년 7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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