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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부르는 배타적 사고

나라와 사회가 온통 뒤숭숭해도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서 6월 25일이 되었다. 부모에게서 생생한 이야기로 듣고 글과 영상을 통해 본 그때 전쟁의 모습은 참혹 그 자체였다. 해마다 기념식을 하고 다시는 이런 참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지만 정작 전쟁의 위험은 주변에 넘쳐나고 있다. 전쟁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 전쟁의 싹이 어디서 움트는지 잠시 성찰해 보고자 한다.

묵자는 전쟁을 인류가 피해야 할 최대의 악이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그는 체계적인 사상으로 때로는 직접적인 행동을 통해서 불철주야 전쟁을 막는데 전심전력을 기울였다. 그는 차별적인 사랑이 인간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다른 사람을 구별하고 나만의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데서 다툼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와 남 그리고 나의 이익과 남의 이익이 배타적이라는 인식이 다툼과 전쟁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인간과 사회에 대한 보편적 인식은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이요 함께 사는 사람들은 나와 경쟁하고 내가 물리쳐야 하는 적이라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사회와 인간의 특정한 측면을 잘 드러내 주는 것이긴 하지만 올바른 인식이라고 할 수 없다. 불교는 불화와 투쟁을 불러오는 인식은 올바른 인식이 아니라고 가르친다. 기본적으로 사회는 인간들 사이의 ‘협력의 장’이요 함께 사는 사람들은 나의 행복을 공유할 동반자라는 인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것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그 차이를 정확히 아는 것이 지식이다. 사물이든 사람이든 차이를 알아서 차이에 걸맞게 대응하는 것이 지혜이다. 그런데 차이를 잘못 알거나 무화하는 것은 무지이다. 차이를 알더라도 그것만 알고서 그 차이를 전체로 확대하는 것 역시 무지나 다름없는 차별이다. 차이에 대한 잘못된 대응으로서의 차별은 그 자체가 불공정한 것이고 이러한 부당함이 분노를 폭발하게 만든다. 막스 뮬러는 “하나만 아는 자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사람들 사이에 또는 국가 간에 여러 가지 차이가 존재하지만 하나의 작은 차이를 가지고 전체적으로 차별하는 인식과 태도 그것이 바로 배타성과 적개심을 불러일으킨다. 차이를 차이만큼 정확히 인식하고 그 차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식과 태도를 갖게 된다면 공생과 공존의 관계가 유지되고 세계는 다양한 개성이 꽃피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예전에 대학에 전임교수 자리를 얻기 위해 지원했을 때의 일이다. 이사장이 면접을 하는데 “지금의 대학 캠퍼스는 학생들이 데모를 해서 본관을 점거하려고 하는 전쟁상황인데 이에 대한 대처방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나는 고심 끝에 “부정적인 부분만을 극단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이니 그 잘못된 인식을 전체를 보는 인식으로 돌리게 하면 된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렇게 느슨하고 미적지근한 상황인식을 하다니 한심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썩 잘한 대답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념갈등·지역갈등과 같은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갈등과 경제와 종교를 둘러싼 국제적인 갈등도 가만히 살펴보면 바로 부분적인 차이를 전체적 차이로 의미확산함으로써 발생하는 배타적 사고에 기인함을 알 수 있다.

싸움에서 백전백승하는 대단한 전술과 전략을 분석하고 제시한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도 “백번 싸워서 백번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같은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사람들끼리 공존할 수 없는 적으로 갈등하는 상태에 있다는 것만큼 인간의 삶을 힘들고 괴롭게 하는 것은 없다. 시장바닥에서 아웅다웅하며 별것 아닌 것으로 싸웠던 일이 높은 산 정상에 서면 부끄럽게 생각되었던 경험은 누구나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생각이 시작이고 모든 것을 결정한다. 전체를 조망하는 올바른 인식을 평상의 삶에서 일상화할 수 있다면 누군가를 배제해야 하는 적이라고 배타적으로 인식해서 싸우는 일이 적어질 것이라는 느슨한 생각과 기대를 해 본다.

정영근 서울과학기술대 명예교수 yunjai@seoultech.ac.kr

 

[1543호 / 2020년 7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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