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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증오의 춤 그쳐야

6‧25를 지나면서 참으로 여러 생각이 든다. 민족의 역사에 가장 참혹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그리고 그 참혹한 아픔을 치유하는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할지 모르는 아픈 역사…. 그렇지만 아무리 힘들더라도 그 아픔을 치유하지 않으면 우리 민족, 우리나라가 바로 설 수 없는 역사의 상처가 바로 6‧25이다.

그 치유의 바른 길은 무엇일까? 여기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정치적 입장과 사상적 색깔에 따라 극단적이고도 천차만별한 시각이 존재하고, 자칫 그런 입장들이 부딪히면 건설적인 토론이 되기보다는 극단적 감정의 대립으로 치닫는 파국을 맞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불교적 시각으로 본다면 기본적인 원칙은 세워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오의 업이 증폭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 서로에 대한  증오의 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참으로 그 끝이 어디일지 모르는 폭주자동차의 달림과 같다. 그 참혹한 역사에서 어느 누가 자유로울 수 있으며, 어느 누가 상처를 입지 않았을까? 

그 상처를 후벼 파서 증오로 연결시키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한편으로 상처를 달래면서 한편으로는 서로를 용서하는 대승적인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과거에 대하여 그런 자세를 취한다면 현실의 문제에 대하여도 조금은 열린 자세가 나올 수 있다. 안보 문제를 결코 소홀히 할 수는 없다. 북한의 위험성에 경계의 시선을 늦추지 않고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드높이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 우리의 국가 이념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거기에 머물러야 한다. 북한을 절대악으로 규정하면서 완전히 말살시켜야만 한다는 식의 증오감을 부추기는 세력을 경계해야 한다. 북한을 요괴로 못 박고 그 타도를 외치는 세력들은 대개 반민주 세력이거나, 그 반민주 세력에 의해 길들여진 군중심리라는 것을 바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필자의 말에 바로 좌경적인 소리라는 꾸짖음이 있을 것도 같다. 그렇지만 반민주 세력이 바로 반통일 세력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북한을 증오의 대상으로 고정하고, 그 위협으로 국민을 겁주면서, 그것에 의해 정권을 유지해온 집단들이 있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들이 대체적으로 민주화의 방향에 역행하는 세력이었음도 틀림없다. 

필자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북한의 금강산댐이 터지면 63빌딩 허리까지 물에 잠긴다는 보도에 온 국민이 떨었던 일을. 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수많은 국민의 애국심으로 이루어진 평화의댐이 우리의 역사에 참으로 찬란한 자취로 남아있는지? 물론 지금도 큰 평가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의 대응과 관심을 보면 역시 그 당시의 대응은 조장되고 과장된 측면이 강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에서 “불신과 낭비를 상징하는 사상 최대의 기념비적 공사”라고까지 평가를 했을까?

그런 일들을 통해 자신들의 위치를 지켜왔던 세력들이 있고, 그러한 세력들에 의해 증오의 춤을 춰왔던 긴 시간들…. 이제는 그쳐야 한다. 그리고 그 어두운 시간들 속에서도 조금씩 평화통일을 위해 이룩했던 소중한 걸음들을 되살려내야 한다. 6‧15 남북 공동선언 같은 것은 아무리 평가절하를 한다 해도 남북한이 평화를 향해 내딛었던 중요한 역사적 진보였다고 생각한다. 6‧25를 맞기 전에 6월15일을 지나면서 그 소중했던 걸음이 어찌 되었는가를 살펴보면서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한 걸음이라도 더 나아갔어야 할 역사의 방향이 어쩌면 이리도 흐트러질 수가 있었을까?

오랜 동안 쌓여온 민족의 업을 한 번에 녹여낼 수는 없을 것이다. 또 조급함은 오히려 바른 방향을 어그러뜨린다. 갈피를 잡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운 남북 관계의 현상에 들뜨지 말고, 평화통일의 큰 서원 아래 물러섬 없이 나가는 우리의 꾸준한 한 걸음 한걸음을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확고하게 내 딛어야 할 것이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43호 / 2020년 7월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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