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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 ‘사찰 고위험 시설지정’ 탁상행정 발상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07.06 11:06
  • 호수 1544
  • 댓글 6

‘사회적 거리두기’ 때 예배 강행
집단 감염지 부상에 ‘노심초사’
산문폐쇄, 봉축·연등축제 연기
능동대처 불교헌신 외면하나

정세균 총리가 7월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최근 교회, 사찰 등 종교시설을 통한 감염사례가 수도권,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며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해 감염이 계속된다면, 정부는 국민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종교시설을 고위험 시설로 지정하고 강력한 제한 조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설득력 없는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다.

방역 당국은 이미 오래 전에 ‘종교시설’이 아닌 ‘개신교 교회’를 대상으로 “국민안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고위험시설로 지정”했어야 옳았다. 필요성을 인지하고서도 교인들의 눈치만 보다가 차일피일 미뤄놓았던 거 아닌가?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절에서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교회와 사찰을 ‘종교시설’로 엮어 강력한 제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를 보면 마치 사찰에서의 확진자 출현을 고대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올해 3월 22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처음 시행됐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마스크 쓰기’, ‘손 씻기’ 등의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켰고, 동창회, 가족모임은 물론 취미생활마저 최대한 자제하며 감염확산을 막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5월5일까지 16일 동안 지속됐는데 이 기간 중에 방역지침을 어겨가며 대규모 모임을 강행해 전염을 확산시킨 곳이 어딘가? 사찰인가, 교회인가? 코로나19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서는 시점에서도 일부 개신교계가 예배를 강행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6월 현황을 들여다보자. 의왕, 안양 목회자 집단 감염을 비롯해 왕성교회, 수원중앙침례교회 등 대형교회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에 대한 검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확진자는 계속 늘어갔는데 2차, 3차를 넘어 N차 감염까지 발생했다. 관련 뉴스 댓글에서는 ‘작금의 교회가 신천지와 무엇이 다르냐?’는 비난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개신교계에서는 교회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집단 감염지로 부상하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불교계로 눈을 돌려보자. 지난 2월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한 단계에 이르자 조계종을 비롯한 각 종단의 주요사찰은 산문을 폐쇄했고, 법회와 행사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기 직전까지 전면 중단했다. 초하루 법회, 관음·지장재일 등의 정기 법회를 중단함으로써 ‘수입’도 기대할 수 없었다. 산중 사찰의 경우 인건비와 전기료 등 재세공과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이너스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한 조계종은 분담금 감면을 단행했고 교구본사에 적립된 특별회계에서 한시적으로 최대 1억원까지 무이자로 대여하는 고육지책까지 마련해야 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일정도 조정해 봉축법요식을 한 달 뒤로 연기했다. 전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매김한 연등축제도 취소하는 결단을 내렸다. 마스크 대란이 발생한 때에는 대구지역으로 달려가 의료진에게 방역물품을 전달했고,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매일 ‘희망나눔 사찰음식 도시락’ 100개씩을 마련해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등에 전했다. 헌혈액 보유량 급감 보도를 접한 불교계는 조계사, 화엄사 등을 중심으로 ‘자비의 헌혈’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및 중앙종회의원, 교구본말사 주지 등 스님 5000여명은 긴급재난지원금 전액 기부 의사도 밝혔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하지만 최근 광주의 한 사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전까지 사찰에서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것은 방역당국에서 권유한 지침을 일선 사찰들이 철저히 지켰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심각한 재정난을 감내하면서도 방역당국의 지침을 철두철미하게 따랐던 이유는 분명하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았기 때문이다.

개신교계와 불교계의 지난 행보에서 보듯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식은 달랐다. 개신교에 비해 불교계는 선제적이고도 능동적으로 대처했다. 정세균 총리는 이러한 차이를 외면한 채 교회와 함께 산사를 고위험 시설로 지정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이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감염상황이 심각하다면 개신교 교회부터 고위험 시설로 지정하고, 향후 사찰에서도 확진자가 빈번하게 발생하면 그때 고민하면 될 일이다. 차이를 외면한 채 차별하지 말라.

[1544호 / 2020년 7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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