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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법다운 보시와 수행

기자명 법장 스님

불교는 서로 의지처 되어주며 수행하는 종교

출·재가 어우러진 승가 모습은
부처님 당시부터 이어온 전통
출가자는 보시자 공덕 중시하고
재가자도 일상서 바르게 닦아야

비구, 비구니는 우바새, 우바이로부터 보시와 공양을 받아 그 힘으로 수행을 한다. 현대의 가치관으로 보면 자칫 불로소득과 같이 보일 수 있으나, 부처님께서 경전에서 말씀하셨듯이 수행자는 불법의 믿음을 씨앗으로 하여 자신을 깎아내는 수행으로 깨달음의 지혜라는 결실을 맺는 농사를 짓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실을 자신만의 것으로 하는 것이 아닌 보시를 해준 재가자들에게 다시금 회향하여 열반을 향해가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승가의 모습은 출가의 자리이타와 재가의 자리이타에 동시에 구족된 모습이다. 재가자는 출가자의 수행을 지지하고 성원해주며 수행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보시해준다. 그리고 수행자의 법문이나 지도를 받으며 함께 불법을 배우고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이다. 출가자는 재가자의 정성스런 보시와 공양물을 의지처로 삼아 법다운 수행을 일심으로 이어가고 그 안에서 생겨난 공덕과 법을 아낌없이 재가자에게 회향해야 한다.

이러한 출가와 재가가 어우러진 승가의 모습은 부처님 당시에서부터 이어져온 화합의 전통이다. 또한 불교의 가르침인 연기법의 실천이며 자리이타의 완성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불교는 이처럼 출가와 재가가 화합된 모습으로 모두가 차별 없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이룰 수 있는 법을 지금 이 순간에도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승가의 모습도 사회가 발전하고 모두의 생활이 편리해지며 점차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나고 오해를 만들기도 한다. 출가자들은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점차 편리함을 추구하며 수행을 위한 보시가 아닌 생활의 안락함을 위한 것들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것이 수행과 이어지는 것이라면 괜찮겠지만 단순히 자신의 생활이 보다 나아지는 것을 위한 것이라면 이는 분명 호용죄(互用罪)를 범한 것이 되고 보시한 사람의 공덕을 가볍게 여기는 행동이 된다. 그리고 재가자들은 점차 바른 수행이 아닌 조금이라도 감응이 빨리 전해지고 무언가 신비한 힘에 의한 치유를 요구한다. 부처님께서 범천의 권청을 받으시고 중생들에게 포교를 선언하시며 “낡은 믿음은 떨쳐 버려라”라고 하셨듯이 신이나 절대자에 의한 어떠한 신비한 힘 등에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불성과 불법을 믿고 삶 속에서 바른 수행을 닦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점차 점괘나 부적 등에 의지하려하고 그것만이 자신의 고통을 덜어주고 해소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달콤함에 빠져 자신이 고해 속에서 죽어가는 것을 모르는 안수정등(岸樹井藤)의 가르침과 같은 것이다.

이처럼 해야 할 바를 잊고 점차 편의를 찾으며 정법과 맞지 않는 것을 구하려는 행동을 주의시키기 위해 ‘범망경’에서는 제17경계인 ‘의세악구계(依勢惡求戒)’를 두고 있다. 본래 이 계조는 자신의 세력을 믿고 돈이나 재물을 무리하게 요구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조항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점차 모든 것이 편리해지고 빨라지며 그 형상이 변화되고 있다. 조금의 불편함이라도 있으면 바로 불만을 드러내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이 있으면 상대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여 자신에게 맞추기를 강요한다.

불교는 서로가 서로의 의지처가 되어주고 그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며 수행하는 종교이다. 자신만의 편의와 욕심을 위해 상대방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옳지 않은 것을 해주기를 바라는 종교가 아니다. 그렇기에 불교에서는 항상 “악한 것을 멀리하고 선한 것을 행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의 구성원이 사람이기에 점차 욕심을 부리고 편의를 추구하게 된다. 불교인으로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그저 부처님의 말만을 쫓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실천되고 있는지를 매순간 확인하고 알아차려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부처님의 정법을 향해 바르게 걸어가고 있는가를 뒤돌아보고 만약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면 한 걸음이라도 빨리 본래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44호 / 2020년 7월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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