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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별리고(愛別離苦)

박원순 시장의 갑작스런 죽음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 달라. 모두 안녕.”

7월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필로 눌러쓴 유서에는 삶에 대한 회한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져야 하는 아픔이 피처럼 배어있다. 그의 삶은 다면적이었다. 인권변호사에서 사회운동가로, 정치인으로 변신의 폭은 컸다. 그러나 앞에 붙은 수식어만  다를 뿐 삶은 일관됐다. 평등하고 바르고 살기좋은 세상을 지향했다. 사람과 환경, 동물의 복지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쏟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는 스스로를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불렀다. 불교와의 인연도 각별했다. 경기고 재학시절 룸비니학생회에서 불교를 배웠다. ‘유신독재반대’ 학생시위로 구속돼 교도소에 있을 때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을 정도로 신심이 돈독했다. 또 조계종 개혁종단의 자문변호사로 종헌종법의 토대를 만들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신심 깊은 불자는 아니다”라며 겸손해했지만 전국의 사찰 구석구석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드물었다.

이런 그의 극단적인 선택이 무척 당혹스럽다. 그가 걸어왔던  삶과도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그가 이런 선택을 해야만 했던 이유에 대해 이런저런 뒷말이 나온다. 속단할수는 없지만 만약 잘못이 있었다면 이에 대해 책임을 지고 뼈저린 참회로 거듭나는 것이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 예의였을 것이다.

애별리고(愛別離苦)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여덟 가지 고통 중 하나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이다. 가족을 두고  죽음을 결행했을 그 피울음의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나 있겠는가. 그러나 아픈 기억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에 더욱 가슴이 저민다. 죽은 사람의 고통이야 과거라지만 산 사람들의 고통은 이제 시작이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아름다웠던 삶은 그 삶대로, 허물은 또 그 허물대로 부디 극락왕생하시길.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45호 / 2020년 7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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