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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절한 충신부터 국정농단 간신까지 한 시대 쥐락펴락했던 권력자 면모

  • 불서
  • 입력 2020.07.13 11:26
  • 호수 1545
  • 댓글 0

‘조선의 권력자들’ / 조민기 지음 / 책비

‘조선의 권력자들’

예나 지금이나 권력이 사람들을 매혹해 타락시키는 것은 물론, 더 큰 권력을 움켜쥐기 위해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을 일으킨 예가 적지 않다. 그래서 권력은 ‘마물’이라고 한다. 그런가하면 성군이라 불리는 왕이 권력을 쥐었을 때는 만백성이 태평성세를 누리기도 했다. 권력을 ‘정의’라고 하는 이유다.

조선시대에도 다르지 않았다. 절대자와 권력자의 자취를 따라가 실록의 행간에서 찾아낸 흥미진진한 성공과 실패의 기록에 매료되어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조선의 2인자들’을 발간했던 작가 조민기가 그 후속작인 ‘조선의 권력자들’에서 임진왜란 이후 조선의 권력자들은 어떻게 시대를 만들어갔는지를 추적했다.

저자는 ‘전쟁과 평화’ ‘사대부의 부활’ ‘세도정치의 시작’ ‘왕실의 재건’ ‘국가의 몰락’ 등 5가지 테마를 통해 8명의 권력자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권력을 쥐었고, 어떻게 그 권력을 사용했는지, 그래서 그 결과가 어떻게 조선의 흥망성쇠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준다. 망국의 치욕을 홀로 떠안은 충신부터 왕을 능멸하고 국정을 농단한 간신까지, 조선의 절정과 몰락을 장식한 이이첨, 김자점, 송시열, 홍국영, 김조순, 흥선대원군, 명성황후, 김홍집 등이다. 

한 시대를 쥐락펴락했던 권력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태평성세가 아니라 극한까지 가버린 ‘헬조선’ 속에서 성공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또한 그들의 성공은 다른 누군가의 괴로움과 연결되어 있었고, 백성의 고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당쟁이 격화된 시대는 지금 시대와 놀라울 만큼 흡사한 이중 잣대가 넘쳐났다. 어려운 한자로 고상하게 기록하고 포장했으나 핵심은 민망할 정도로 유치찬란할 때도 많았다. 

이이첨의 이야기에는 권력과 성공에 대한 갈망과 초조함이 들어있고, 김자점의 이야기에서는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정치가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뻔뻔함을 볼 수 있다. 80년이 넘는 긴 일대기를 지닌 송시열은 에피소드가 끝이 없었고, 홍국영은 남자들의 의기투합을 생각하게 한다. 또 세도정치 시대를 연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조순 이야기에서는 순조의 결핍에 눈과 마음이 가고, 흥선대원군과 명성황후의 이야기는 사이다나 김치 없이 고구마를 몇 개나 먹는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김홍집 이야기에서는 책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정치가와 관료들이 옳고 바르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의 마음일 뿐, 그때나 지금이나 그런 인물 만나기가 쉽지 않음을 절감하게 된다. 

저자는 “책을 쓰는 내내 옳다고 믿고 싶은 선조들에게 배신을 당하기도 했고, 바르다고 믿어왔던 선조들에게 허를 찔리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권력이란 요물이자 마물이며 또 정의”라는 것이다. 권력은 사람을 홀리고 미치게도 하지만, 정의가 바로 서는 것 역시 권력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쥐락펴락했던 권력자들의 삶을 보면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권력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지혜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1만98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45호 / 2020년 7월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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