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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협 의전 순서 강화에 회원종단 희비 갈렸다

  • 교계
  • 입력 2020.07.17 16:36
  • 수정 2020.07.18 08:01
  • 호수 1546
  • 댓글 1

올해 첫 점수 환산해 의전 순서 확정…일승종·법화종 대폭 강등
의전 순서 강화에 대부분 긍정 평가, “갈등 아닌 자극”이 과제

한국불교종단협의회(회장 원행 스님, 종단협)가 올해부터 의전 순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함에 따라 소속 종단들의 강등 및 승급 변화가 두드려졌다. 종단협이 평가하는 의전 순서가 사실상 한국불교의 종단 서열로 인식되면서 소속 종단들 희비도 크게 엇갈렸다.

종단협이 7월14일 서울 종로 AW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제56차 정기총회 및 2020년 2차 이사회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안건은 ‘의전 순서’였다.

의전 순서는 전년도 회원종단의 활동과 의무 이행을 기준으로 2012년부터 실시해왔다. 회원 종단들 평가항목으로 △회비 및 사업비 납부 △회의 및 행사 참여율 △회원가입 순서 △창종 연도 △등기사찰 및 승려수 등 의전 순서 원칙을 마련, 보완해나갔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점수를 매겨 의전 순서를 정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었다.

의전 순서 시행은 회원 종단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동기부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시작됐다. 회비를 제때 내지 않는 회원 종단들이 적지 않아 사업진행과 운영이 원활치 않은 사례도 있었다. 의전 상위권인 회장, 부회장, 상임이사 종단이 아닌 이사종단의 경우 관행화된 의전 순위를 뛰어넘기 어려워 이로 인한 불만들이 적지 않았다. 종단협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곳이나 그렇지 않은 곳에 대한 상벌이 불분명한 것도 극복해야할 과제였다.

때마침 열반종의 회비 장기체납이 개선될 기미가 없자 종단협 이사회가 2012년 12월 징계조항을 엄격히 적용해 제명처리를 단행했다. 동시에 기존 의전 순서를 강화해 회원 종단 전체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는 큰 변화를 불러왔다. 만성적인 회비 체납이 눈에 띄게 줄었고 행사 참여율도 높아졌다.

종단협 의전 서열은 회원종단들 사이에선 대단히 민감하다. 현재 종단협에 가입된 종단은 조계종, 천태종, 진각종, 관음종, 태고종, 총지종, 대각종, 삼론종을 비롯한 30개. 불교를 표방하는 종단들이 400~500개에 이르는 상황에서 종단협 회원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불교적인 정체성과 대사회적인 신뢰를 인정받는 분위기가 강하다. 종단협 회원이 되기 위한 절차도 까다롭다. 조계종이나 태고종 등 기성 종단들 종명과 달라야 하며, 사찰 수 30개 이상, 승려 50명 이상, 공찰 3개 이상이라는 기본 자격을 갖춰야 한다. 또 종단협 심의위원회 실사 등 평가 후 이사회의 승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단협 회원종단이 됐더라도 의전 순위는 각각 종단의 위상 및 자존심과 직결된다. 종단협이 주관하는 부처님오신날 연등축제를 비롯해 대통령 초청법회, 중국·일본불교계와 교류를 주최하는 행사에서도 의전 순서에 따라 자리 배치가 달라진다. 공공기관 등에서 종단협의 의전 순위를 준용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의전 순서는 해당 종단 대표들의 가시적인 성과가 될 수 있지만 자칫 과실로 평가될 수 있는 까닭에 종단 대표자인 총무(통리)원장들이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7월14일 열린 이사회에서는 평가기준인 회비(1점), 사업비(1점), 총회 및 이사회 참석(2점), 신년하례법회(1점), 한중일불교대회(2점), 해외성지순례(1점), 한국문화체험사업(1점), 한중수행체험(1점), VIP초청법회(2점) 점수를 적용한 의전 순서를 안건으로 올렸다. 특히 상임이사 종단으로 서열 11위 일승종과 서열 12위 법화종의 강등여부가 최고 관심사였다. 일승종은 오랜 기간 상임이사로 직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수년간 회의와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 등 의무 불이행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왔다. 법화종도 올해 1월 총무원장이 주지 재임명 과정 중 배임수재 혐의 재판에서 최종 징역형과 추징금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사들은 ‘불교계 명예를 훼손하면 견책 또는 3~6개월간의 자격을 중지토록 한다’는 정관규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일각에선 총무원장이 바뀌고 회비까지 완납했는데 자격 중지는 과하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그러나 잘못이 분명한 만큼 의전 순서에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 결과 일승종과 법화종은 지난해 12월 신규 가입한 불이종을 제외한 맨 아래 의전인 28위와 29위로 각각 내려갔다. 상대적으로 다른 종단들은 2단계씩 승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두 종단에 대한 강등을 결정한 이사회가 내년부터는 의전 승격이나 강등을 하더라도 최대 상위 2단계, 하위 2단계로 제한하기로 결정한 것도 일승종과 법화종으로서는 더욱 뼈아플 수 있었다. 정관 제3조에 제시된 것처럼 특별 분담금을 납부하고 상임이사로 올라서지 않는 한 일반적인 평가로 예전 의전 순서 회복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이사회가 확정한 의전은 조계종, 천태종, 진각종, 관음종, 태고종, 총지종, 대각종, 삼론종, 보문종, 원효종, 일붕선교종, 총화종, 대승종, 용화종, 미륵종, 본원종, 원융종, 여래종, 염불종, 조동종, 법상종, 법륜종, 정토종, 진언종, 화엄종, 법연종, 미타종, 일승종, 법화종, 불이종 순이다.

종단협 사무처장 진경 스님은 “의전 서열 강화 이후 회원종단들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대부분 반응도 긍정적인 편”이라며 “의전 서열이 서로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자극을 주어 발전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546호 / 2020년 7월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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