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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호흡 바라보기

망상·걱정·잡념서 벗어나 마음 독립 이루는 법

호흡은 생명이면서 현재 마음상태
마음 의지적으로 움직이도록 단련
현재에 충실하면 삶이 명료해질 것

생명은 호흡이요, 호흡은 생명이다. 호흡은 마치 물을 순환시켜 썩지 않게 하는 바다의 파도와 같다. 호흡은 그 자체로 온전한 생명이기 때문에 호흡 과정에 익숙해지는 것은 본질적으로 생명의 가장 중요한 요소와의 관계를 계발할 수 있다. 또한 호흡은 마음의 상태에 직접 영향을 주고 건강한 활동을 하게 만든다. 마음챙김 호흡이라고 하는 이 과정을 통해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에 이를 수 있다. 그리고 또렷한 의식으로 마음챙김 호흡을 하면 늘 깨어 있는 삶을 영위하게 됨으로써 망상, 걱정, 잡념과 환상으로부터 마음을 독립시킬 수 있다. 이렇게 우리가 명상을 통해 늘 깨어 있으면 마음이 온갖 생각으로 어지러울 때, 그 생각들이 명상을 하다가 생긴 게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호흡에 대한 명상은 마음과 삶을 들여다보는 거울이 된다.

그럼 실행에 앞서 우선 바른 자세로 편안하게 앉는다. 바닥에 앉는다면 반가부좌를 튼다. 의자에 앉는다면 두 발을 바닥에 댄다. 그리고 척추는 자연스럽게 곧바로 편다. 두 손을 허벅지 위에 올리고 팔과 어깨는 편안하게 힘을 뺀다. 턱은 가볍게 당기고 눈에 힘을 뺀 채 시선은 눈앞 1m 정도에 둔다. 얼굴과 턱의 긴장뿐 아니라 혀의 긴장도 풀고 혀끝을 윗니 바로 뒤에 가볍게 닿게 둔다. 명상을 하려고 앉을 때 타이머를 맞추거나 향을 피워도 좋다. 향이 간혹 잠들지 않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유도 있지만 일종의 타이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제 준비가 다 되었으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마음을 호흡에 집중하도록 노력하자. 호흡을 알아차리다가 잡념에 빠졌다는 것을 자각하면 부드럽게 호흡으로 다시 돌아오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호흡에 지속적으로 집중하고 싶어도 마음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발견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야생의 마음 상태이다. 마음의 야생마가 날뛰는 가운데 기수가 허둥대면 우리는 고요한 평화와 지혜를 얻을 수 없다. 명상의 과정은 우리를 전문 기수로 만들어 말을 길들임으로써 마음을 좀 더 의지적으로 움직이도록 단련시키는 것과 같다. 

호흡을 알아차리고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우리는 안정적이면서도 규칙적인 들숨과 날숨의 흐름을 확립하게 된다. 이렇게 마음과 호흡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반복해 재정비하는 가운데 안정감이 형성되고 호흡은 더 깊어진다. 그 결과 생긴 마음의 힘과 여유는 우리의 전신으로 퍼져 나가며 우리 몸 전신에 존재하는 의식과 하나 되어 빛을 발하게 된다. 호흡에 집중하다보면 우리는 순간순간에 충실하게 되고 마음이 맑아지며 다른 대상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능력도 향상된다. 현재 삶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명료하게 알아차림으로써 호흡은 삶의 지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마음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거나 미래를 떠도는 것이 다반사다. 마음이 과거에 매이다보면 감상에 빠져 우울해지고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뒤늦게 화가 나기도 한다. 반대로 마음이 미래에 있으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지나친 걱정과 염려에 늘 불안해한다. 물론 과거를 반추하여 지나간 일을 성찰함으로써, 현재에 그와 비슷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릴 때 좀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래를 생각하는 것도 앞으로의 계획을 세운다는 점에서 필요한 과정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러한 계획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재에 온전히 집중함으로써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과거의 사건은 이미 지난 것이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오직 현재뿐임을 명심하자. 미래의 계획도 현재에서만 세울 수 있다. 호흡과 함께 현재에 충실할 때 삶을 더 소중히 여기며 현존할 수 있고 명료한 시야로 삶의 파도를 끌어안을 수 있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47호 / 2020년 7월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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