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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나물

식물성 고기식품의 시대

‘도끼나물’이라는 말이 있다. 고기를 이르는 말이다. 한참 커야할 동자승을 저자거리 신도 집에 보내 고기를 먹여야 할 때, 병든 도반의 치료를 위해 고기가 필요할 때 고기라는 말을 차마 못하고 ‘도끼나물’이라 조심스럽게 부른다. 그래서 ‘도끼나물’이라는 용어에는 육식에 대한 죄스러움, 민망함 등 다양한 의미가 함축돼 있다. 

불교는 불살생계를 중시한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지 말라는 의미를 넘어 모든 생명의 목숨을 중시하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불교는 육식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경전에 나온 삼정육(三淨肉)을 예로 들며 부처님께서 반드시 육식을 금하라 하신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삼정육은 세 가지 깨끗한 고기라는 의미인데 죽는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보지 않은 고기, 나를 위해 죽였다고 듣지 않은 고기, 나를 위해 죽였다는 의심이 전혀 없는 고기를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탁발하는 출가승들의 음식에 대한 편견을 덜어주기 위한 방편이다. ‘능가경’에서는 “미래에는 어리석은 자들이 계율을 망령되이 언급하며 내가 육식을 허락했다고 말하며 자신도 먹게 될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도끼나물’이라는 용어가 오래지 않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과 동물복지에 관심이 커지면서 식물성 고기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7월21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대체축산식품 시장규모는 2018년 기준으로 11조6000억원이며 2025년 2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식물단백질 기반의 대체축산식품 시장규모도 2016년 573억원에서 2026년 2603억원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맛뿐만 아니라 영양학적으로도 고기보다 우수한 식물성 고기식품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구제역, 돼지콜레라, 조류독감 같은 질병으로 수많은 가축들이 끊임없이 생매장당하는 잔인한 살육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대체축산식품의 활발한 개발로 육식이라는 식문화자체가 사라지는 그날이 우리 앞에 하루빨리 도래하기를 기대한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49호 / 2020년 8월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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