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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화합된 불교로 나아가자

기자명 법장 스님

수행과 교육이 참다운 승가의 모습

출가자 줄고 연령 높아지며
수행보다 소임에 관심 많아
자신 던져 깨달음 추구하고
소임자 외호하는 조화 필요

최근 불교는 전국 각지에 사찰과 포교당을 지어 적극적인 포교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불교신도의 확산과 불교 부흥을 위한 수승한 움직임이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불교를 알려주기 위한 자리이타의 실천행이다. 그러나 종종 사찰이 커지고 신도가 늘어남에 따라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다른 사찰보다 더 큰 사찰을 지으려 하고, 대도시에 사찰을 지어야만 좋은 불사를 하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신도 인원수가 사찰의 평가기준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은 최근 불교가 지나치게 불사의 확산과 경제적인 면을 추구하면서 발생한 것들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새롭게 출가한 승려들이 이러한 것들을 보고 수행이나 교육보다는 빨리 소임을 살거나 사찰의 주지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문제이다. 지금과 같이 출가자가 감소하고 있는 시기에 승려들이 수행과 교육을 멀리한다는 것은 앞으로의 불교가 보다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출가자가 감소하고 출가연령이 올라가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런 소임과 사찰운영을 주된 목표로 생각하는 것도 그에 따른 것들이다. 실제로 이런 소임을 보는 것이 더 풍요롭고 안정돼 보이기에 이제 막 출가한 이들에게 그런 생각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도 하안거 중에 전국 각지에서 자신을 내던지며 투철하게 수행하는 수행자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의 수행환경이나 경제적인 부분은 항상 부족하다. ‘기한발도심(飢寒發道心)’이라고 하여 춥고 배고플 때 수행에 대한 마음이 생긴다는 표현은 오랜 시간 동안 불교의 수행을 대표하였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출가하기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을 사용했고, 더우면 에어컨을 트는 등 편히 지내던 사람들이 출가를 한다. 그런 현대문명 속에 보호받던 이들이 갑자기 출가해 전통사찰에서 기한발도심의 심정으로 수행을 하려 하면 자신의 신심과는 다르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렇기에 점차 젊은 출가자들이 보다 편하고 풍요로운 곳만을 찾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열악한 수행처나 교육기관에 있으면 마치 수행이 부족해 고생하고 있다는 것처럼 생각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은 불교의 미래를 생각할 때 매우 경계해야만 하는 것이다.

소임을 보고 사찰을 운영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승려가 승려다운 생각과 자세를 갖추지 못한 채 불교를 알린다고 하면 그 앞날이 어떻게 될지 너무나 자명하다. 이에 ‘범망경’의 제23경계인 ‘경멸신학계(輕蔑新學戒)’에서는 새로 출가하거나 발심한 수행자를 경멸하거나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을 주의시킨다. 불교는 수행에 의해 태어나 오랜 시간 다양한 수행으로 발전되며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는 고대 종교이다. 또한 종교이면서도 인간의 삶에 대한 가르침은 어떤 철학보다도 심오하고, 신비로움보다는 그것의 실천을 보다 강조하는 종교이다. 불교는 철저히 수행과 교육에 의해 그 토대가 마련되어 있어야만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 

많은 출가자나 재가자들이 불교의 교리와 수행에 매료돼 불교에 귀의한다. 그러나 그 안의 수행자들이 수행과 교육보다는 불사와 경제적인 면에만 집중되어 있다면 대중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사찰의 소임자들도 수행과 교육을 하는 곳을 외호하고 도움을 주어야 우리 불교가 더욱 부흥하고 발전할 수 있다. 신도들의 보시는 불교의 모든 대중들이 수행하고 정진하는데 사용하기를 바라며 주는 것이다. 수행을 하는 이들은 자신을 내던져 오직 깨달음만을 추구해 다른 이들에게 회향하여야 하고, 포교나 소임을 보는 이들은 승단을 바르게 운영하고 수행자들을 외호해줘서 서로의 의지처가 되어 앞으로 우리 불교를 보다 견고하고 융성하게 만들어 가야한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교수사 buddhastory@naver.com

 

[1550호 / 2020년 8월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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