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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108배 무용담

  • 데스크칼럼
  • 입력 2020.08.28 21:04
  • 수정 2020.10.19 10:21
  • 호수 1551
  • 댓글 2

다이어트·평안함 등이 목적
절에는 불교수행 핵심 담겨
절의 영험은 꾸준함서 비롯

성철 스님 사리탑 앞에서 삼천배를 하는 불자들. 출처=백련불교문화재단
성철 스님 사리탑 앞에서 삼천배를 하는 불자들. 출처=백련불교문화재단

불교에서 절은 하심(下心)이다. 몸과 마음을 한없이 낮춤으로써 교만한 마음을 조복시키는 수행법이다. 절이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지극히 공경하는 행위임은 불경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법화경’에 등장하는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이 대표적이다. 비구였던 그는 길거리를 오가는 모든 이들에게 항상 절하며 찬탄했다. “저는 당신을 깊이 공경합니다. 당신을 무시하거나 업신여기지 않습니다. 당신은 반드시 부처님이 되실 분이기 때문입니다.”

평등사상이 보편화된 현대사회에도 흉내내기 어려운 일이지만, ‘법화경’이 편찬된 시기가 2000여년 전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절수행이 확산된 것은 조선시대로 서산대사는 “절은 아상을 꺾는 것으로 진실한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근래 절수행의 대중화는 성철 스님이 이끌었다. 해인사 백련암에 머무르던 스님은 자신을 찾아온 이들에게 늘 삼천배를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사람들에게 절을 강조함으로써 수행의 기본이 하심에 있음을 일깨웠다.

1997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법왕정사 청견 스님은 절을 불교계 내부를 넘어 일반으로 확산시킨 주역이다. 2000년 출간된 ‘절을 기차게 잘하는 법’은 절이 보조적인 수행의 차원을 넘어 독자적인 수행으로 자리매김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님을 따라 절수행에 동참했고, 몇몇 사람들은 그 경험을 책으로도 펴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2008년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의 ‘108배의 수수께끼’편, SBS스페셜 ‘0.2평의 기적, 절하는 사람’이 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연예인들의 ‘108배 무용담’도 이때부터 신문과 방송에 자주 언급됐다. 예능인이자 방송인 은지원씨가 KBS 1박2일에 출연해 여주 신륵사에서 108배를 하는가 하면, 배우 엄태웅씨가 남해 보리암에서 108배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108배 다이어트’를 유행시킨 건 배우 고소영씨였다. 2012년 7월 힐링캠프에서 출산 후 몸매 관리 비법으로 108배를 소개해 큰 관심을 모았다. 배우 문소리씨도 108배 다이어트를 강력 추천하며 “시간대비 최고 운동이다. 몸에만 좋은 게 아니라 마음까지 다스릴 수 있는 운동이다”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108배는 복부와 하체 근육을 단련시키고 혈당과 체지방을 연소시킨다. 108배하는 20분 동안 남성은 144kcal, 여성은 100kcal 정도 소모된다니 다이어트에 큰 효과가 있음은 분명하다.

배종옥씨도 올해 1월 방송에 나와 “과거에는 화가 많아서 108배도 하고 명상도 했다. 요즘에는 화가 잘 안 나더라”는 속내를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올해 6월말부터 매일 새벽 자신과 다른 이의 행복을 기원하며 109배를 한 후 페이스북에 이를 전하고 있다. 교회에 다니는 어머니를 고려해 108배에 1배를 더한다고 한다.

최근 배우 이희준씨가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6년째 매일 아침 108배를 한다”고 밝힌 것도 ‘108배 무용담’의 연장선상에 있다. 눈길을 끄는 건 절을 대하는 그의 관점과 꾸준함이다. “나 자신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라는 108배 이유도 흥미롭다.

신라 의상 스님의 ‘법성게’에는 중생수기득이익(衆生隨器得利益)이란 구절이 있다. 각 중생이 근기 따라 이익을 얻는다는 말이다. 천수백 년을 거쳐 오며 검증된 절수행은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내주는 화수분과 같다. 건강을 바라면 건강이 성취되고, 집착을 내려놓아 마음의 평안을 이루게 하며, 하심으로 원만한 인간관계도 가져다준다. 각자의 근기와 시절인연에 따라 절의 ‘영험’이 달라질 뿐이다. 그 영험함의 비법은 꾸준함에 있다. 아주 오래전 7년째 매일 삼천배하는 초등학교 교사를 인터뷰했을 때 그분은 이런 말을 했었다.

“꾸준해야 합니다. 몸이 힘든 걸 두려워마세요. 몸이 자리를 잡으면 마음은 절로 자리를 잡고 고요해집니다. 그렇게 해서 마음이 한결같아질 때 참다운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절은 욕망에 이끌리는 우리의 삶이 꿈임을 깨닫도록 해주는 거죠.”

절은 마음을 내면 매일 삼천배도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루 삼배도 벅차다. 종종 절이 무용담이 되는 것은 힘들기 때문이다. 행복이 절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단순 행위에서 비롯된다는 것도 참으로 오묘한 이치가 아닐 수 없다.

mitra@beopbo.com

[1551호 / 2020년 9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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