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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믿음 절대화하는 건 ‘가짜 종교’

집회현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걸려도 이게 애국”(20. 2. 22일자 발언)이라고 했다는 전광훈 목사 등 종교인을 자칭한 이들의 행태는 잘못된 종교인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신앙이라는 미명 아래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수사에게 주인공인 윌리엄 신부는 단호하게 “당신이 바로 가짜 예수다”라고 선언한다. ‘장미의 이름’에서는 잘못된 신앙 때문에 몇 사람이 죽는 데서 그쳤지만, 이번에 잘못된 종교의 파문은 어떠한가? 나라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괴로움에 빠뜨리고도 그것을 자신의 믿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외치는 것, 그것이야말로 ‘장미의 이름’에서 ‘가짜 예수’라고 단죄된 ‘가짜 종교’의 모습인 것이다.

‘주역’에는 “작은 일로 징계를 받아 크게 경계를 하게 되는 것은 소인의 복이다”라는 말이 있다. 전광훈 목사의 위 발언이 처음 나오고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연실색하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뒤로 전광훈 목사의 집회나 사랑제일교회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다행이라 해야 할지, 신기한 일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었다. 

그때 필자의 머릿속에 떠오른 말이 앞의 ‘주역’의 구절이었다. “아무래도 이거 큰 사고가 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불행하게도 그 예감이 맞아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이르고 말았다. 차라리 그때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였다면 이런 끔찍한 사태에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는 참된 종교와 거짓된 종교를 가리는 하나의 엄한 기준을 얻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믿음을 절대화하고, 자신의 믿음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괴로움을 끼치는 것도 꺼리지 않는 종교는 ‘가짜 종교’라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것은 진리다”라고 말하는 것은 진리를 옹호하는 온당한 태도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것이 진리라고 믿는다”라고 말하는 것이 진리를 옹호하는 올바른 태도라는 것이다. 종교의 창시자로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는 것 자체가 부처님의 위대성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러 종교가 함께 존재하는 현대사회에서 이 부처님의 말씀이야말로 참되게 종교가 있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이것이 진리다”라고 외치는 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들부터 언제나 “나는 이것이 진리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나와 다른 믿음을 가진 이들을 존중하며, 자신의 믿음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류 역사에 가장 많은 피를 흘리게 한 것이 무엇일까? 종교가 아닐까? 신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신앙을 증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들을 흘렸던가? 겸허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반성 속에서 참된 종교가 갈 길을 세워야 한다. 

중세기의 서양에서는 당나귀를 채찍질 하면서 “이 기독교도가 아닌 놈아!”라고 꾸짖었다 한다. 이 말 속에 담긴 생각은 기독교도가 아닌 자는 당나귀와 마찬가지인 존재, 즉 짐승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이라는 개념이 넓어져 이제 모든 사람을 포괄하게 된 것은 그런 종교적인 편협한 인간관을 벗어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져 온 것이다. 

그런데 가짜 종교들은 옛날을 편협한 인간관, 아니 그보다 더 후퇴한 인간관을 강요한다. 우리의 믿음만이 진리요, 우리의 믿음에 동참하지 않는 너희들은 짐승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코로나 바이러스 걸려도 이게 애국”이라는 말이 나올까? 가짜 종교가 잘못된 정치색과 이념성으로 이어지면서 벌어진 처참한 사태! 여기서도 참된 종교와 가짜 종교를 가리는 눈을 얻지 못한다면? 앞으로 정말 종교라는 이름 아래 어떤 끔찍한 일을 겪게 될지 모른다. “작은 일로 큰 경계를 얻는 것은 소인의 복이다”라는 말을 되새겨 보자. 이번 사태가 작은 일도 아니고, 우리나라 우리 국민이 소인은 아니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새겨봐야 할 말이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51호 / 2020년 9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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