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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자수(自作自受)

코로나 확산과 신의 부재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 예배가 마음의 평화를 줄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지켜주지는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목사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랑제일교회로부터 시작된 코로나19 확산은 불과 2주 만에 1000명을 넘어섰다. 극우세력이 함께 주도한 광화문집회를 통한 감염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크고 작은 교회에서의 코로나19 확진사례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런 사태에 대해 대통령은 목사들의 책임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황당했다. 김태영 한국교회총연합 공동회장은 대통령 면전에서 “생명과도 같은 예배를 포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회 발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민의 목숨이 위협받고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렀는데 교회 최고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책임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신이 국민들의 목숨을 희생해서라도 예배를 해야 한다고 가르쳤는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교회를 통한 코로나19 확산은 국민들에게 신의 부재만을 확인시켜 준 셈이 됐다. 사실 보편적 상식을 거부하고 신의 뜻을 운운하는 순간 못할 짓이 없게 된다. 중세 기독교의 잔인한 마녀사냥이나 추악했던 종교전쟁이 다 그렇다.   

다행히 불교는 신의 뜻을 강변하지 않는다. 불보살들의 가피를 바라고 아미타불의 위신력에 기대 극락왕생을 염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결과는 자신에게 달려있다. 이를 자작자수(自作自受)라고 한다. 깨달음을 얻는 것도, 좋은 결과를 내는 것도, 극락에 가는 것도 스스로 짓는 행위의 결과다. 그렇기에 적어도 불교는 사회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고도 부끄러움이나 반성 없이 신의 뒤로 숨는 치졸한 짓을 할 수가 없다. 사찰이나 법회를 통한 코로나19 확산이 전무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교회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이제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보편적인 상식이 자신들이 그토록 강변했던 신의 심판이었음을 곧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51호 / 2020년 9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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