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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설움과 눈물 없는 세상이 진정한 정토

  • 교계
  • 입력 2020.09.04 12:31
  • 수정 2020.09.04 14:35
  • 호수 1552
  • 댓글 3

조계종 사노위, 올해 1월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에 매진
기도회·오체투지 등 가장 불교적인 방법으로 사회 참여
불교계 차별인식 개선…이웃종교 등과 연대활동도 강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

노동자·장애인·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설움과 눈물 없는 평등한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길 염원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 스님)스님들로, 사회 각계 소수자들의 아픔을 감싸 안고 차별과 혐오 없는 정토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2012년 사회노동위 발족 이후 갈등의 현장에 뛰어든 스님들의 눈에 아프게 들어온 것은 벼랑 끝에 내몰린 약자들의 현실이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복직, 콜트콜텍 기타노동자 정리해고 철회,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 노동·인권·여성·빈곤 등의 문제를 접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절실함이 더욱 커졌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최초로 발의된 건 2007년이다. 사회노동위도 발족 초기부터 차별금지법 제정에 뜻을 함께했다. 성별·학력·국적·종교·피부색 등으로 인해 누구든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신념에서였다. 이는 불교의 평등정신과 맞닿아 있기도 했다. 더욱이 미국을 비롯한 유럽연합,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이미 외국에선 차별금지법 제정이 입법화 됐기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부 보수 개신교의 격렬한 반대로 법안은 번번히 폐기 및 철회 수순을 밟았다. 법제정이 난항을 겪으면서 뜻을 함께했던 많은 이들이 좌절하고 깊이 절망했다. 하지만 사노위 스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사회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평등 세상을 위한 행보를 차근차근 이어갔다.

사회노동위원회는 1월16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무기한 기도회' 입재법회를 봉행했다.
사회노동위원회는 1월16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무기한 기도회' 입재법회를 봉행했다.

사회노동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다시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한건 올해 1월16일이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무기한 기도회’ 입재법회를 시작으로 격주 목요일 오후 2시 정부청사 앞에서 기도회를 이어가고 있으며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날 회향하겠다는 각오다. 스님들의 결연함은 당시 입재식 고불문에 잘 나타난다.

“생명은 존재 자체로 고귀하기에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부처님의 평등사상에 따라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하루속히 제정돼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대한민국이 돼야 합니다. 시작은 비록 미약하지만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그날까지 쉼 없는 기도로 정진하겠사오니 굽어 살펴주십시오.”

스님들은 가장 불교적이고 가장 수행자다운 방법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그것이 기도회였고 오체투지였다.

코로나19로 기도 때마다 위원스님 모두가 동참할 수는 없었지만 간절함은 다르지 않았다. 서로 순번을 정했고 자신의 차례가 되면 멀리 진주에서, 대구에서, 제주에서 한걸음에 달려와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스님들의 적극적인 활동은 느리지만 조금씩 사회적 관심과 인식변화를 가져왔다. 올해 6월에는 정의당을 중심으로 마침내 ‘차별금지법’이 발의됐다. 스님들은 백척간두에서 한걸음 더 내딛는 심정으로 차별금지법 9월 국회 상정을 목표로 6월과 8월 잇따라 국회와 여야당사 앞에서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스님들이 국회 앞에 나서자 보수단체들은 “동성애 반대”를 외치며 방해했다. 그러나 스님들은 더 이상 차별과 혐오로 소수자들이 목숨을 끊고 피눈물을 흘려서는 안 된다며 뜨거운 아스팔트 바닥에 기꺼이 온몸을 던졌다.

사회노동위 스님들은 불교계 내부의 인식변화도 이끌었다. 법보신문이 최근 조계종 교구본사주지, 총무원 부실장, 종회의원, 전국비구니회 집행부, 신행·학술 단체장 등 불교계 오피니언 리더 17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차별금지법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81.9%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의견을 표명했고, 조계종 사회노동위 스님들의 노력에 적극 공감했다. “사회노동위 스님들이 무더운 날씨에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오체투지에 나선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불교계가 원력을 모아 사노위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도심 스님)가 차별인식 개선을 위한 ‘평등을 실천하는 희망의 가르침, 불교’라는 책자를 발간·배포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지지한 것도 큰 힘이 됐다.

사회노동위원회는 6월25일 강원도 철원군 소이산 정상에서 '남북화해·평화기원, 한국전쟁 희생자 천도재'를 봉행했다.
사회노동위원회는 6월25일 강원도 철원군 소이산 정상에서 '남북화해·평화기원, 한국전쟁 희생자 천도재'를 봉행했다.

사회노동위는 불교계 외부단체와의 연대활동도 더욱 강화했다. 성소수자·노동·여성인권단체와의 연대는 물론 이웃종교와 협력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특히 스님들은 지난 8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진행하는 평등버스 전국 순회에 동참했다. 춘천-대전-부산-홍성 등 전국 25개 도시를 방문해 약자들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시민들에게 법제정 목적과 취지를 설명했다.

사회노동위 부위원장 지몽 스님은 “불교계 내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사회노동위 스님들 활동에 큰 힘이 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모두가 주인으로 살아가는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불안한 세상 속에서 등대 역할을 해줄 차별금지법 제정에 역량 있는 스님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한웅 사회노동위 집행위원장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스님들이 사회적 약자들의 위해 기꺼이 동참해주는 것이 고맙고 한량없이 존경스럽다”며 “스님들의 서원과 땀방울은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의 숙원인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현재 사회노동위는 위원장 혜찬 스님을 비롯해 부위원장 지몽 스님, 혜문·법상·유엄·준오·도철·대각·현성·백비·주연·한수·시경·고금·서원·월엄·인우·보영 스님 등 18명 스님들이 활동하고 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52호 / 2020년 9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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