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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하심의 삶을 실천하자

기자명 법장 스님

소임이나 정재를 자신 것처럼 사용 말아야

불교는 인도 계급제 부정하고
평등하고 개방적인 삶을 추구
다른 사람들을 하대하는 것은
승가질서와 화합을 깨는 범계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함께 수행해 모든 존재가 안락함을 누리고 깨달음을 얻어 열반에 들어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깨달음이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연기법으로 이뤄진 세상을 올바로  바라보는 것이다. 즉 모든 존재가 영원하지 않으며, 그 안에는 나라고 할 수 있는 고정된 실체가 없기에 이러한 것에 집착하면 끝없는 고통만을 받는다.

모든 존재나 주변의 것들이 영원하지 않아 그 안에 나라는 존재, 나의 것이라는 게 있을 수 없는 것이 바른 가르침이지만, 그 안에 속한 구성원들은 아직 미혹한 범부들이다보니 부처님의 가르침과 반대로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출가자나 재가자가 돼, 오히려 자신의 이익과 안락만을 추구하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행동을 해, 종종 불교가 힘든 일을 겪기도 한다. 

현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용어 가운데 ‘무소유’가 있다. 자기 수행이나 생활에 필요한 것만을 소유해, 물질에 대한 탐욕을 없애려는 게 바로 불교적 무소유다. 

그러나 모든게 풍요로운 시대가 되면서 불교도 점차 변화했다.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사상을 세속적인 가치관으로 판단하려 하고, 수행보다도 학력·이력을 더 중시하며, 내면의 수행력이나 가르침보다 사찰크기·신도수 등으로 스님을 판단하기도 한다. 스님들 또한 자기가 맡고 있는 소임이나 지위가 영원할 것만 같이 행동하며, 사찰의 것을 마치 자신의 것 같이 사용하고, 승가의 보시물이나 재산까지 마음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상대가 자신보다 법납이 적거나 지위가 낮다고 하여, 함부로 반말을 하거나 일을 시키는 등 상구보리하화중생을 추구하는 출가자로서는 생각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범망경’ 제25경계인 ‘위주실의계(爲主失儀戒)’에서는 사찰에서 소임을 맡아 살면서 사람들을 함부로 대하는 위의없는 행동을 금지시키고 있다. 불교는 인도 계급제도를 부정하고 모두에게 출가에 대한 평등한 기회를 제공했다. 그리고 그 안의 모든 것은 구성원들이 공평하게 나눠가지고, 누구라도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적인 성격을 가졌다. 물론 출가에 따른 좌차가 있긴 하나, 이는 승가의 질서와 화합을 위한 것이지 그것이 마치 권리나 지위와 같은 것은 아니다. 

이에 `위주실의계'에서는 설법하는 이, 사찰을 수호하는 이, 기강을 세우는 이, 포교를 하는 이, 수행을 지도하는 이 등 여러 소임을 사는 이들은 자애로운 마음을 내어 대중과 다툼을 일으켜서는 안 되고 승가의 삼보를 잘 지키며 자신의 것과 같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또한 수행이나 교육을 위해 사용돼야 할 것을 자신의 것과 같이 여겨 아끼고 사용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고 전한다. 

이는 단순히 자신의 것처럼 여기는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닌 만약 그것을 팔거나 훼손시킨다면 가장 무거운 죄인 투도죄가 되어 승가에서 추방되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계율에서까지 금지시키는 행동을 당연하게 행하는 이들이 있어 불교가 때로 비난을 받기도 한다.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에이브럼 링컨의 말 중에 “당신이 만약 어떤 사람의 됨됨이를 알고 싶다면, 그에게 힘(권력)을 줘보아라”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사람은 권력이나 지위를 갖게 되면, 그것에 취해 자신을 잃고 점차 권력에 잡아먹히게 된다. 그래서 불교에서도 반드시 경계해야 할 다섯 가지 탐욕 중에 `명예욕'을 두고 있다. 

불교에서는 막 출가한 행자에게 ‘하심(下心)’을 가르친다. 초발심이 변하지 않으면 그대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하듯이 자신을 낮추고 다른 이를 공경하며 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을 추구하고 이루기 위해 불교에 귀의하고 수행하는 것이다. 그저 남에게 꾸며서 말만을 하는 것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지금 이 순간 어떤 말을 입으로 하고 있고 몸으로 어떤 행동하고 있는지 여실히 바라볼 때, 바로 `상구보리하화중생'이 바르게 실천될 것이다.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buddhastory@naver.com

 

[1553호 / 2020년 9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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