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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란 미명아래 ‘타인의 자유’ 해치지 말라

자유!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처절한 구호가 대변하듯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이다. 그런데 그 가치를 진정 어떻게 구현해야 할 것인가는 또 참으로 어렵다. 무조건 나의 자유를 외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자유를 외칠 때, 그들 각각의 자유가 충돌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고, 그 각각의 자유를 어떤 선에서 조율해야 하는가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에 그렇다. 나의 자유와 남의 자유가 충돌하는 상황은 언제 어느 때나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에, 언제나 자유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물론 나의 자유가 남의 자유를 전혀 침해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자유는 무한대로 누려도 아무 탈이 없다. 신앙의 자유 같은 것이 바로 그런 자유에 해당한다. 내가 혼자서 무엇을 믿든 그것은 남에게 아무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남들과의 관계에서 표현되기 시작하면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신앙의 자유와 이어지는 ‘선교’의 자유가 바로 거기에 해당한다. 선교의 자유는 남의 자유를 해치지 않은 선에서 철저히 제한되어야 한다. 신앙의 자유와 선교의 자유가 혼동되면 참으로 끔찍한 사태가 일어나게 된다.

인류 역사 속에 종교라는 이름 아래 흐른 그 많은 피들은 모두 신앙의 자유와 선교의 자유가 혼동된 때문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예를 들 것 없이 남과 관계된 사회의 현장에서는 모든 자유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 그것을 망각하고 자유란 소중한 것이라는 점만 부각시키면 자유 때문에 오는 심각한 부작용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자유’라는 구호 아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이른바 소중한 ‘자유’들이 얼마나 많은가? ‘집회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벌어졌던 코로나의 부활 사태. 그것은 선교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 두 소중한 자유라는 미명아래 수많은 사람들의 소중한 삶과 자유를 다치게 한 예가 될 것이다.

이미 너무나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앞의 예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것이 ‘디지털 교도소’ 사건일 것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아래 자의적인 여론재판으로 무고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그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까? 악성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부족한 사법적 처리의 공간을 메꾸겠다는 뜻에서 이루어졌다고 변명해서는 안 될 일이다. 큰 이익이라는 명목아래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해치고 억압하는 것은 파시즘적인 논리일 뿐이다. 한 사람이라도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정신이 무너지면 전체를 앞세워 획일화를 꾀하는 독재적 사고가 바로 나오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반대로 이런 잘못된 몇몇 예들을 근거로 하여 쉽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면 목적만 다를 뿐 그 방식에 있어서는 똑같은 잘못을 범하는 것이 된다. 그것은 오히려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소중한 자유이기에 그것을 제한하는 것은 신중하고도 신중해야 한다. 반면 소중한 자유이기에 그것을 펴고 실현하는 방식 또한 조심스럽고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가장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어떤 목적을 내세우면서 그 과정을 무시하는 졸속과 성급함이다.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라는 체제는 무엇보다도 정당한 과정을 중시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늦더라도, 돌아가더라도, 갑갑하더라도, 그것을 견디며 정당한 절차와 과정을 밟아나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좋은 목적이라고 내세우면서 졸속하게 무엇을 추구하는 것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문제 삼고 있는 ‘디지털 교도소’ 사건도 바로 이러한 양 측면을 잘 드러내는 예가 될 것이다. 통제되지 않은 자유가 남을 해치는 폭력이 되어버린 점이 있다. 결국 공적인 힘에 의한 통제라는 자유의 근본 속성에 반하는 결과를 불러오고 말았다. 그것이 안타까우면서도 그것을 불러온 원인에 대한 엄한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더더욱 안타깝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55호 / 2020년 9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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