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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즉착(開口卽錯)

우리일상이 나비의 날개짓

아이가 눈이 아프다고 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다가 최근에는 학원 강의까지 온라인으로 듣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컴퓨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눈이 아프지 않을 재간이 없을 터였다. 하루 종일 집안에서 컴퓨터만 들여다보며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아이의 삶이 애잔했다. 약육강식 같은 교육환경에 마음껏 뛰어놀 수도 없었는데, 이제 밖에 나가는 것도 조심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학교는 덧셈뺄셈만을 배우는 곳이 아니다. 또래 아이들과 교류하며, 소통과 협력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쌓아가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배움의 과정이 통째로 증발해버렸다. 그래서 우려스럽다. 잃어버린 소통의 시간이 미래 아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렇게 아이들의 미래가 망가지고 있는데도 어른들의 모습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광화문 집회로 인한 고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 개천절에 또 집회를 열겠다고 악다구니다. 정부의 경고에도 소모임과 교회를 통해 코로나19는 계속 확산되고 정치권은 여전히 정쟁으로 시끄럽다. 아이들의 미래는 터널이 보이지 않는 회색빛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평범한 국민들은 책임이 없을까? 코로나19의 원인은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이라고 알려져 있다. 코로나19에 시선을 빼앗겨 관심 밖으로 밀려났지만 지구촌 곳곳은 산불과 폭우와 폭염으로 아우성이다. 우리 또한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오는 과거에 겪어보지 못했던 날씨에 당혹해야 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이 연기적으로 이어진 한 묶음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엄청난 배달음식 쓰레기들이 양산되고 있다. 쏟아지는 플라스틱과 비닐을 재활용업체가 감당을 못해 재활용 쓰레기가 거대한 산을 이루고 있다. 가정마다 냉장고에는 플라스틱과 비닐을 두른 냉동음식이 가득하다. 이 무기력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우리의 일상이 태풍을 몰고 온 나비의 날개짓이었을 것이다. 이를 자각한다면 그야말로 개구즉착(開口卽錯)이다. 입을 여는 순간 그르치는 세상에 우리는 발 딛고 있다.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55호 / 2020년 9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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