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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마음챙김 커뮤니케이션

함께 깨어 있을 때 유대감이 주는 행복 경험

커뮤니케이션은 경청에서 시작
진정한 경청은 아집 버려야 가능
온전하게 깨어있음과 주의집중은
상대에 대한 존중의 뜻도 포함돼

말은 우리에게 때로는 치유해 주고, 달래 주고,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인생의 고난을 마주했을 때 관심을 담은 단 한마디의 말이 우리의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반면 말은 엄청난 해악을 우리에게 가하기도 한다. 분노나 잔인함으로 가득 찬 날카로운 말은 인간관계를 깨뜨리거나 듣는 이를 몇 년 동안이나 상처 주고 아프게 만들 수도 있다. 이렇듯 커뮤니케이션은 언어적이고 정신적이며, 감정적이고 육체적이면서 복잡하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은 경청이라고 할 수 있다. 진정한 경청은 근본적으로 나의 아집을 버려야 가능하다. 진정으로 듣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과 관점, 느낌을 일시적으로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경청은 어려운 순간에서만큼이나 즐거운 순간에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모든 대화중에서 침묵하지 못하면 진정한 경청이나, 가슴으로 말하기는 불가능하다. 침묵이 없으면 우리는 온전히 들을 수 없고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대부분 경청하지 못하고 침묵을 어색하게 느끼면서 일상적으로 불완전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우리는 대화중 경험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자기식대로 판단하고 통제하려 한다. 차분히 알아차리지 못하고 즐거운 것은 취하고 불쾌한 것을 멀리하려 한다. 즉, 즐거운 것은 좋은 것이고, 불쾌한 것은 나쁜 것이라고 판단하며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나 바로 이 순간 일어나는 일들을 안정적이고도 비반응적인 방식으로 알아차릴 수 있으면, 우리의 오랜 습관의 끈을 늦추어 열린 자세로 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그리고 상대의 말을 넉넉히 이해하려는 의도를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렇듯 알아차림은 말하기와 듣기 이외에 우리가 커뮤니케이션하는 동안 작용하는 또 다른 기본요소다.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은 알아차리면서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에 달려 있으며, 온전히 이 순간 이 자리에 있으면서 내 자신과 다른 이들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아차림은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근본적인 토대가 된다.

이제 마음챙김 커뮤니케이션을 연습해 보자. 일단 대화할 때 우리의 몸을 닻으로 삼아보자. 몸에서 깨어있음을 느낄 수 있는 두세 곳을 선택하고,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동안 가능한 한 자주 이 감각들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사람들이 말하는 동안 생각을 내려놓고 그들의 말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여보자. 특히 가슴 근처에서 생기는 느낌과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보자. 그리고 우리의 마음이 이런저런 판단을 내리느라 바삐 움직이는 걸 알아차리고 다시 몸의 감각으로 되돌아와 보자. 만약 상대의 말을 비판하고 분석하고 자기식대로 해석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차리자.

온전한 깨어 있음과 주의집중하는 것은 그 사람을 존중하고 있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상대방 목소리의 음색, 말소리의 고저, 성량, 그가 사용하는 단어에 주의를 기울이며 진심으로 깊이 경청하자. 특히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 동안, 할 말을 미리 준비하고 연습하지 말자. 그보다는 지금 이 순간 진실 되고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것을 그대로 말하자. 이렇듯 가슴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참된 경청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몸과 가슴에 대한 마음챙김을 잃지 않도록 천천히 말하자. 그리고 상대방이 말을 마쳤을 때, 잠시 멈추어 그가 했던 말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자.

이렇게 서로 함께 깨어 있을 때 마음챙김과 자비를 일상생활에 통합할 수 있고, 이러한 훈련들을 통해, 우리가 서로 이어져 있다는 유대감이 주는 행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신진욱 동국대 불교대학원 겸임교수 buddhist108@hanmail.net

 

[1555호 / 2020년 9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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