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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못하고 죽어갔을 수몰 가축들 극락왕생 하길”

  • 교계
  • 입력 2020.09.28 17:32
  • 호수 1556
  • 댓글 1

구례 사성암, 수해 가축 위령제 지내
집중호우 다음 날인 8월9일 기준으로
49일에 맞춰 소·돼지·닭·오리 등 천도

영단에는 떡과 과일 옆으로 볏짚과 사료가 올려졌다. 위패에는 ‘축생(畜生)’이라는 글씨가 뚜렷하다. 9월26일 구례 사성암(주지 대진 스님)에서는 지난 8월 초 구례를 비롯한 남원, 곡성, 하동 지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수몰된 가축들을 위로하는 특별한 위령제가 봉행됐다. 스님들의 장엄한 염불소리도 엄숙하고 정성스럽기는 마찬가지. 생명의 무게에는 차별이 없음을 일깨우며 수해로 생명을 잃은 뭇 짐승들의 영령를 위로했다.

집중호우로 섬진강 일대가 물에 잠기자 당시 소 10여 마리가 해발 531m의 사성암으로 올라와 목숨을 구한 일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수해로 미쳐 축사를 빠져나오지 못한 소를 비롯해 돼지, 닭, 오리 등이 생명을 잃었다.

사성암 주지 대진 스님은 위령제에서 “지난 8월 수해로 목숨을 잃은 많은 넋들을 위로하기 위해 작은 위령제를 마련했다”며 “사성암은 당시 소들이 수해를 피해 올라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지만 사성암으로 올라왔던 소들의 슬픈 눈을 지금까지도 잊을 수가 없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수해가 가장 심각했던 8월8일 다음날 가장 많은 가축이 죽은 것으로 추정하고 8월9일을 기준으로 49일이 되는 낮에 맞춰 위령제를 지낸 대진 스님은 “말 못하는 축생들이 표현도 못하고 아파하면서 갔을까를 생각하면 마음이 울컥해진다”며 “부디 다음 생에는 더 좋은 몸을 받아 인간으로 환생을 발원하며, 약간 어색하더라도 꽃 한 송이와 절 두 번으로 극락왕생을 빌어주길 바란다”고 동참 대중들에게 당부했다.

위령제에는 김순호 구례군수, 유시문 구례군의장, 서동용 국회의원 등 지역대표를 비롯해 축사 운영 농민과 지역민들이 참석해 동물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이번 집중피해에 구례군에서는 700여 마리가 넘는 소들이 수몰됐고 돼지, 닭, 오리 등 수천여 마리의 가축들이 폐사하거나 수해에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례=신용훈 기자 boori13@beopbo.com

[1556호 / 2020년 10월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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