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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결계신고와 포살

기자명 정원 스님

포살과 결계, 율장에 근거해 다시 짚어볼 필요 있다

종단 의무 대중결계와 포살시행
출가자 관리 등 행정목적에 치중
불참에 예외 규정 둔 것 아쉬워
부처님도 포살·자자에는 참석

2008년 4월 조계종단은 ‘스님들의 수행 장소와 수행이력을 신고하는 결계(結界)와 특정 장소에서 계율을 암송하며 자신을 반성하고 참회하는 법회인 포살(布薩)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12년이 지난 지금 ‘결계신고’와 ‘포살’이라는 단어는 스님들에게 아주 익숙한 용어가 됐다.

스님들은 매년 안거가 시작되는 음력 4월15일~10월15일까지 거주지 관할 교구 본사에 결계신고를 하고 안거기간에는 포살에 참가해야 한다. 종단은 교구본사에 신고된 수행이력을 취합해 ‘결계록’을 간행하는데 여기에 등록되지 않을 경우 사미(니)는 비구(니)가 될 수 없고, 승려들은 각종 승가고시에 응시할 수 없으며, 법계를 받을 수 없는 등 권리가 제한된다. 

이에 종단에서는 매년 안거 대중결계와 포살시행을 공고한다. 모든 스님은 결계신고를 한 교구본사, 선원, 강원 등에서 행하는 포살에 하안거 1회 이상과 동안거 1회 이상 참여해야 한다. 승랍 40년 이상 또는 법계 대종사급 이상의 스님 등은 참여를 예외로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결계 신고 및 해외 출국(활동)신고는 반드시 해야 한다.

율장의 고유 용어가 실생활에서 활용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나름 의미를 찾을 수 있지만 이것이 부처님이 원래 의도한 목적과 의미에 합당하게 사용되고 있는가는 한 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밝혔듯이 포살, 자자, 결계 등은 승단과 출가자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정법이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드는 주요한 승가 운영장치이다. 부처님은 심지어 아라한조차도 포살과 자자에는 참석하라고 당부하였고 당신도 한평생 이를 실천했다.

율장에 근거한 포살은 반월마다 행해야 한다. 하나의 결계 안에서 생활하는 모든 비구 및 비구니는 각자의 현전승가에서 비구계 및 비구니계를 송출함으로써 지난 보름간 자신을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은 참회하여 청정을 회복한다. 이것은 비구 혹은 비구니로서 정체성을 확인하고 스스로의 수행을 점검하는 장치이다. 타종교인이나 재가자와 구분지어지는 출가자 고유의 의무이자 권한이다. 

이러한 포살에 참여하는 사람의 ‘지역적 범위’를 결정하는 것이 결계(結界)이다. 계(界)는 범어로는 ‘Sima’라고 하며 경계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구역을 확정하는 것을 대계(大界)를 맺는 결계라고 한다. 

하나의 결계 안에서 생활하는 모든 대중은 일처리를 함께 하며 이양을 공동으로 배분하는 등 승가운영의 역할과 의무를 함께 한다. 하나의 승가람 혹은 사찰 단위로 재정과 의식주가 독자적으로 운영되듯이, 율장에 따르면 결계에 의해 승가 화합 여부를 결정짓는 기본 단위인 현전승가가 정해진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시행중인 포살과 결계신고는 법령을 따르고는 있지만 ‘율장정신’을 구현하는 측면에서는 본래의 목적과 효능을 벗어난 측면이 있다. 첫째, 율장의 포살은 반월마다 비구계 및 비구니계를 송출해야 한다. 시행령에 따르면 일 년에 두 번 ‘범망경보살계’만 송출함으로써 출가자의 정체성 확립과 정법구주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결계가 현전승가의 독립적 운영과 화합 및 갈마의 실행기준으로 작동하지 않고 출가자 관리 및 권리제한을 위한 행정목적에 치중됨으로써 의미가 변질되었다. 셋째, 포살은 건강이나 소임 등 합리적 이유로 불참해야 할 경우 여법한 절차로 위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승랍을 기준으로 예외규정을 둠으로써 포살 실행의 목적에 어긋날 뿐 아니라 스스로 모범을 보이신 부처님의 행(行)에도 위배된다.

이 제도를 도입할 당시 달성하고자 했던 목적이 있었고 시행과정에서 나름 효용가치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제도가 고착된 현 시점에서 율장의 근본정신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다시 점검하여, 율장에서 규정한 본래의 목적대로 포살과 결계가 승가의 규율과 기강을 바로잡고 수행을 돕는 역할을 하도록 개선되기를 바래본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57호 / 2020년 10월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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