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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신심이 있나요?

기자명 황산 스님

‘내가 본래 부처’ 믿는 게 신심
기독교 신앙심과는 크게 달라
불자는 신심에 대해서도 겸손

“당신은 신심이 있으십니까?” 불자들이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불자들 대답은 “저는 신심이 없어요”라고 답할 것이다. 매일 절에 다니면서 봉사하고 기도하고 공부하는 분들에게 질문을 하더라도 대부분 같은 답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대보살 같아 존경스러울 만큼 잘하는 불자도 역시 대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왜 그럴까? 우리 불자들은 정말 그렇게 신심이 없을까? 일단 신심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야 한다. 신심(信心)이란 자신의 마음이 본래 부처임을 믿는 것이다.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위없는 깨달음을 향한 마음으로 열심히 정진하고 이타행을 실천하는 이를 ‘신심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신심의 뜻을 모르고 신심이 있는지 없는지를 논하기는 매우 어렵다. 보통 사람은 신심을 신앙심과 같은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 어려서부터 기독교식의 신앙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거나 경험했다.

그 종교인들은 스스로 신앙심이 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신앙심이 깊어 보인다고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유일신을 주장하는 그들에게는 유일신에 대한 예배와 복종, 회개, 구원 등에 대한 의무가 명확히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모든 것을 유일신과 연관시키니 신앙심이 깊어 보이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이 같은 신앙심만을 봐온 사람은 절에 다니는 사람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 심지어 절에 다니는 사람들조차 신심이란 기독교식의 신앙심으로만 막연히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불교는 자신의 수행을 중시 여긴다. 부처님께 의지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의지하는 이유는 본인의 마음을 깨닫기 위함이다. 자신이 본래 부처임을 믿는 마음의 정도에 따라 신심의 크기가 정해진다는 논리를 이해하는 것조차 교리공부와 마음공부를 정말 많이 필요로 한다. 하지만 막상 그런 교육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신심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다. 그러다보니 누군가로부터 그 같은 질문을 받으면 신심이 많은지 적은지에 대한 고민보다 신심이 뭘까에 대한 혼란과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절에 다니면서 기독교식의 신앙심을 갖기는 불가능하다. 엄연히 다른 논리와 문화이니 오히려 기독교식의 신앙심을 갖는다면 사이비 외도 같은 사찰에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그러니 불자들은 신심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질문에 자신 없어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고 받아서도 안 된다.

황산 스님

사실 다른 사람에 대해 신심이 “있다” “없다” 말하기는 쉽지만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대답하기는 정말 어렵다. 불교인들은 모든 번뇌를 끊고, 법문을 다 배우고, 중생을 다 제도해야 하는 원력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신심으로는 어림없다고 생각한다. 불교에서의 문화는 보시와 봉사를 하고도 남에게 알려지지 않길 바라고, 자신을 업장이 두터운 사람으로 생각하는 참회의 마음이 중시된다. 그렇기에 신심에 대해서도 굉장히 겸손하다. ‘신심이 좋다’는 것은 거의 성인의 경지 또는 존경스런 인물이 되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남에 대해서는 “신심이 대단하다”는 칭찬을 많이 해도 자신이 신심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자연스레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불교인 여러분, 발보리심 합시다!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558호 / 2020년 10월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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