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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물러섬이 없는 삶

기자명 법장 스님

역경 속에도 바른 삶과 믿음 잃지 않아야

불교에서 말하는 불퇴심이란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마음
불퇴전의 마음이 사라진다면
이것 또한 계율 어긴 것 간주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우리들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들이 생겼다. 연초까지만 해도 그 변화들이 생소하고 어색했으나 반년이상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은 그러한 변화들이 당연한 것이 돼버렸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고 어디를 가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직장이나 학교에서도 투명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일상이 이제는 더 이상 어색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한해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올해 초부터 반년 정도 지나면 치료약이 나와서 금방 원래의 일상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으나 그 모든 예상은 전부 빗나갔다. 아마도 새로운 한해도 이러한 일상의 연장이 이어지고 변화된 삶이 보다 견고해지는 형태로 나아갈 듯하다. 전염병을 예방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피해 받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이기에 반드시 지켜야하는 수칙들이지만 어느 샌가 이러한 변화와 적응 속에서 우리의 삶과 일상은 무미건조하고 사람냄새가 사라지게 된 듯하다.

‘코로나블루’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할 때만해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했으나 금새 우리 옆에까지 찾아와 가족·친구·지인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다.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첫째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없고 자신들의 미래를 가늠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렇다 할 해결책도 없고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이 상황 속에 겨우 삶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기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때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고 있고, 미미하지만 보다 나은 내일로 나아가고 있다는 현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수많은 소상공업자·직장인이 간신히 일을 이어가고 있지만, 적어도 코로나19 초기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반년 넘게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하던 학교들도 점차 등교수업을 시작하고 있고, 그동안 산문을 닫았던 사찰들도 다시금 기도와 정진을 하기 시작했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어려운 시기가 조금씩 밝은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불퇴심’이라는 용어가 있다. 바로 물러서지 않는 마음이다. 아무리 어려운 역경이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의지처가 되어 바른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면 반드시 그 역경의 끝에 이르러 벗어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을 지니지 않는 것을 ‘범망경’ 제34경계 ‘퇴보리심계(退菩提心戒)’에서는 죄로까지 본다. 

설사 바다에 빠져 작은 튜브에 몸을 의지하게 된 상황이더라도 그 튜브를 간절히 부여잡고 그 상황을 벗어나려 한다면 반드시 살아남게 된다고 한다. 이는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라도 자신의 삶과 바른 믿음을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그 어려움의 끝에 도달해 다시금 평안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힘든 상황이더라도 삿된 가르침이나 유혹에 절대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퇴보리심계’에서도 당장의 수행이 진척이 없어 보이더라도 외도의 가르침에 마음을 두면 안 된다고 한다. 지금의 어려움을 견뎌내기 위해 삿된 유혹에 발을 담근다면 당장은 좋아진 듯한 착각을 받을 수 있으나 그 끝에는 더 큰 고통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비록 지금은 작은 한 걸음일지라도 그 걸음들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에 아무리 높은 산이나 험난한 길일지라도 그 끝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우리 모두는 참 대견할 정도로 이 어려운 상황을 견뎌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그 가운데에서 살아가고 있다. 끝이 없어 보이는 일상이지만 분명히 바른 방향을 향해 가고 있고, 간신히 살아갈 정도의 일상이지만 분명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지쳐서 주저앉고 싶을 시기지만 서로 다리와 버팀목이 돼주며 얼마 남지 않은 긴 터널의 끝을 함께 벗어나 다시금 밝은 빛의 일상으로 나아가자.

법장 스님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buddhastory@naver.com

 

[1561호 / 2020년 11월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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