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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봉선사, 살처분·매몰동물 천도재 봉행 “미안합니다”

  • 교계
  • 입력 2020.11.25 18:22
  • 수정 2020.11.25 18:32
  • 호수 1563
  • 댓글 1

11월25일, 경내에 괘불 봉안하고 희생·반려 동물 넋 위로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계기 “생명 존엄 다르지 않아”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희생된 일체 돼지 혼이여, 구제역·광우병·조류인플루엔자로 희생된 일체 소·닭·오리 혼이여, 자연 파괴로 희생된 일체 동·식물 혼이여, 마음속 깊이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미안합니다.”

조사를 읽던 이도피안 신도회장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애써 참았던 눈물이 “미안하다”는 참회와 함께 영단에 뿌려졌다. 합장하고 있던 신도들의 손끝도 더욱 간절히 모아졌다. 스님들은 모든 생명의 존엄함에 차이가 없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조계종 25교구본사 봉선사(주지 초격 스님)에서 특별한 천도재가 봉행됐다. 보물 제1792호로 지정돼 있는 봉선사 괘불을 모시고 11월25일 봉선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봉행된 천도재는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으로 매몰처리 된 돼지를 포함,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전염병과 자연 파괴로 희생된 동식물들의 넋을 기리는 마음이 하나로 모인 특별한 법석으로 진행됐다. 또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던 반려동물들의 왕생도 함께 발원했다. 

이날 천도재는 경기도가 주관하고 봉선사가 주최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조사를 보내왔으며 조광한 남양주시장을 대신해 참석한 부인 김정희씨를 비롯해 정혜경 남양주시 문화교육국장, 최권락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장, 이현숙 남양주시 농축산지원과장 등 가축사육농가의 방역을 책임지고 있는 경기도와 남양주시의 공무원들도 다수 자리를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천도재 봉행에 앞서 주지 초격 스님은 “지난해 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방역을 맡고 있는 관계기관과 담당공무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며 “특히 전염병 확산을 막하기 위해 돼지 등 가축을 매몰처분하는 과정에서 담당공무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트라우마가 생겨 업무와 일상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에 무척 가슴이 아팠다”고 사연을 소개했다.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생매장 당한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얼마나 처절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참담했다”고 밝힌 스님은 “공무원들뿐 아니라 애지중지 키운 가축을 매몰처분해야 하는 축산농가의 아픔도 상상하기 힘들 지경이었다”며 “생명을 빼앗긴 동물들의 넋을 위로하는 동시에 공무원들과 축산농가, 나아가 가족같이 여기던 반려동물과 헤어진 가족 등 모든 생명 있는 것들에 대한 위로와 반성의 마음을 전하고자 천도재 봉행을 제안했으며 경기도 측에서도 그 깊은 뜻을 헤아려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될 수 있었다”며 그간의 경과와 감사의 의미를 전했다.

이어 스님은 “모든 생명의 무게가 다르지 않고 내 목숨이 소중하듯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강조하며 “그러나 인간의 이기심이 다른 동·식물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환경을 파괴해 왔으며 그 과보가 오늘날 코로나19와 같은 위기로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를 계기로 모두가 나에서 벗어나, 나와 너가 다르지 않으며 내 생명과 다른 생명이 똑같이 소중하다는 점을 깨달아 뭇 생명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도록 불자들이 더욱 노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권락 경기도 동물방역위생과장이 대독한 조사를 통해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 앞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며 “이번 법회는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큰 피해를 입은 축산농가와 방역 업무를 위해 헌신한 공무원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천도재는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 스님의 집전으로 권공과 축원, 조사, 박은하 국립국악원 민속악단장의 살풀이, 영단시식, 봉송, 봉선사 합창단의 조가 순으로 진행됐다.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을 비롯해 봉선사 원로 수월, 능엄학림 학장 정원, 봉선사 염불원장 인묵, 문화원장 도일 스님을 비롯해 사중 소임스님들과 김남명 25교구 신도회장, 이도피안 봉선사 신도회장, 경기도와 남양주시의 관계 공무원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장 입구에서는 방명록 작성과 체온측정, 손소독 등이 이뤄졌으며 경내에는 1m 이상 간격을 두고 좌석을 배치하는 등 방역지침이 준수됐다.

남양주=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563호 / 2020년 1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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