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살 딸아이 생각하면 누워 있을 수만 없어요”

  • 상생
  • 입력 2020.11.29 10:32
  • 수정 2020.11.30 15:38
  • 호수 1563
  • 댓글 1

중국 출신 결혼이주 여성 쑹양씨…올해 5월 혈액암으로 고통
집 나간 남편은 연락두절…월세·병원비 걱정에 하루하루 암울

혈액암으로 고통 받는 쑹양씨는 딸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는 게 유일한 희망이다.
혈액암으로 고통 받는 쑹양씨는 딸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는 게 유일한 희망이다.

“허리 통증으로 서 있기가 힘듭니다. 상처가 나면 잘 회복되지 않아요. 우울증 탓에 밤에는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서 수면제를 먹어야 눈이 감깁니다. 남편만 생각하면 너무 화가 납니다. 그래도 딸 아이를 위해서 버티며 이 병을 이겨낼 겁니다.”

부산 범일동 수정산으로 향하는 산복도로 오르막길. 촘촘하게 자리한 다세대 주택 4층에 거주하는 중국 출신 쑹양씨(33)는 이제 아파도 울지 않는다. 대신 천진난만한 4살 딸아이를 꼭 안는다.

대다수 결혼 이주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쑹양씨도 6년 전 부푼 꿈을 안고 한국 땅을 밟았다.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성공한 삶을 꿈꿨다. 하지만 언어와 생활 방식의 차이로 남편과 다투는 날이 많았다. 남편과 다툰 이후에는 허리통증과 빈혈 증세가 찾아오곤 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성 질환으로만 여겼다.

남편과의 갈등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신경질을 부리는 날이 많았고, 그럴 때면 쑹양씨는 눈물로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쑹양씨와 딸아이를 두고 집을 나가버렸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남편은 집을 나간 뒤에도 한동안 생활비를 보내왔다. 그러나 월세를 내고 나면 딸아이와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이었다. 올해 5월부터는 그마저도 중단됐다. 일용직을 전전하는 남편이 코로나 여파로 일감이 줄어든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 연락마저 끊어졌다. 어린 딸을 돌봐야 하는 쑹양씨로서는 마땅한 일자리를 얻기도 어려웠다. 남편에 대한 걱정은 차츰 원망으로 변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쑹양씨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빈혈증세가 점점 심해져 마을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큰 병원으로 가 볼 것을 권했다. 영문도 모른 채 대학병원을 찾아갔고 ‘골수섬유증’이라는 혈액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수술할 방도가 없어 항암제를 복용하며 변화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향후 5년 동안은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말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그에게 병명은 더 생소했다. 한국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 절망의 시간이 계속됐다. 서 있기조차 힘들어 수시로 앉아 있어야 하고 허리를 제대로 펴기도 쉽지 않다. 빈혈 증세와 식욕 부진이 수시로 찾아온 데다 우울증까지 겹쳐 쑹양씨를 괴롭혔다.

쑹양씨의 절박한 사정이 주변에 알려졌다. 부산 동구자원봉사센터(센터장 박명순)와 동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김상미)를 통해 상담전문 봉사단체 미소원(이사장 장유정)에게도 전해졌다. 미소원은 올해 6월 법보신문 공익법인 일일시호일(대표이사 심정섭)과 ‘다문화 가정 지원 사업’의 지원자 중 한 사람으로 쑹양씨를 선정해 100만원을 긴급지원금으로 전달했다. 일일시호일과 미소원의 지원에 힘입어 쑹양씨는 용기를 냈다. 병원의 처방에 따라 약을 꾸준히 먹으며 한여름을 견뎠다. 무엇보다 밝고 환한 미소의 딸아이가 그에게 큰 위로가 됐다. 병을 이겨내기로 마음먹었다. 남편이 없어도 버틸 방법을 찾았다. 가지고 있던 물건 중 성하다 싶은 것이 있으면 중고시장에 내다 팔고 그 비용으로 생활비를 충당했다. 딸아이 장난감을 팔 때가 가장 속상했다. 주위의 버려진 재활용품을 뒤져 성하다 싶은 장난감을 가져와 깨끗이 씻어 아이에게 선물처럼 건넨 것이 벌써 몇 번째다.

생활비는 어떻게든 마련더라도 2개월마다 병원을 갈 시기가 다가오면 걱정이 더 깊어진다. 매회 최소 20만원 이상 소요되는 병원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막막하다. 월세는 올해 5월부터 계속 밀린 상태여서 집주인의 눈치만 볼 뿐이다. 집을 나간 남편과 여전히 결혼이 된 상태라 사회복지 지원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혼을 협의하고 싶지만, 남편과 연락이 끊겨 이마저도 쉽지 않다.

쑹양씨의 희망은 딸아이를 건강하고 밝게 키우는 것뿐이다. 다행히 아픈 데 없이 한국말과 중국말을 배우며 하루하루 쑥쑥 커가는 아이가 대견하기만 하다. 쑹양씨가 꿈을 향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불자들의 응원과 원력이 절실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63호 / 2020년 1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