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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험하다는 조계사 부처님 알고보니 "보물급"

  • 성보
  • 입력 2020.12.02 13:11
  • 수정 2020.12.05 09:38
  • 호수 1564
  • 댓글 14

유대호 조계종 총무원 행정관
조선총독부 촬영 유리건판으로
도갑사 불상군 조성배경 분석
1938년 이운해 온 조계사 불상
일제강점기 아닌 조선 초 조성

조계사 대웅전 목조불좌상은 1938년 태고사(현재 조계사) 대웅전 건립 당시 본존불로 안치하고자 도갑사에서 이운됐다.

불자들 사이에서 영험하다고 알려진 서울 조계사 부처님이 조선 세조(재위 1455~1468) 발원에 의해 조성됐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나왔다. 이는 조선후기 혹은 일제강점기로 추정했던 조계사 목조불좌상 조성 시기를 조선 초로 앞당긴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조계사 목조불좌상은 1938년 태고사(현재 조계사) 대웅전 건립 당시 본존불로 안치하기 위해 도갑사에서 이운됐다. 이러한 사실은 금용(金蓉) 스님의 후불도 화기(畵記)와 당시 상황을 취재한 '동아일보' 1938년 10월23일자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대호 조계종 총무원 행정관은 11월27일 국립중앙박물관·미술사연구회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조선총독부박물관 유리건판으로 본 한국미술사’ 학술대회에서 논문 ‘조선 전기 도갑사 불상군의 특징과 제작 배경’을 발표하며 조계사 목조불좌상 연원을 밝혔다.

유리건판은 근대적 방식의 촬영 매체다. 당시 유리가 필름 역할을 대신 했다. 1909년부터 1945년경까지 일제가 식민 지배를 위한 목적으로 우리나라 전역과 만주 등지에 있는 각종 유적과 유물, 민속, 자연환경 등을 촬영해 유리 건판에 담았다. 특히 도갑사 대웅보전과 불보살상은 1977년 화재로 소실돼, 유리건판은 20세기 초 도갑사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알려져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온라인으로 공개·배포한 도갑사 대웅보전 유리건판. 사진에 보이는 불상 삼존은 항마촉지인을 한 석가여래좌상(중앙)을 본존으로 아미타불(좌)과 약사여래불(우)이 협시하고 있고, 그 옆으로 보살입상이 배열돼 있다. 이번 연구 발표로 도갑사 대웅보전 석가여래좌상이 조선후기에, 그 외 보살상들이 조선전기에 조성됐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나왔다.

논문에 따르면 유리건판에 담긴 도갑사 불보살상은 모두 9존으로, 불상 3존과 보살상 6존이다. 불상 3존은 항마촉지인을 한 석가여래좌상을 본존으로 해, 아미타불과 약사여래불이 협시하고 있다. 또 보살상 6존은 일광·월광보살 2존, 관음·지장보살 2존, 그리고 관음·세지로 추정되는 천의 보살 2존으로 구성돼 있다.

유 행정관은 우선 이들 양식을 심층 분석하고 성격별로 분류했다. 또 동시대 불보살상과 교차 비교해 도갑사 불보살상 특색을 찾아냈다. 그에 따르면 조선후기 제작으로 보이는 석가여래좌상을 제외하곤 나머지 불보살상에서 대좌를 덮은 상현좌, 삼각형으로 접힌 옷주름 표현, 조각하지 않은 보살상 두부 등 조선전기 제작 양식이 보인다.

조계사 목조불좌상 상호가 도갑사 보살상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조계사 목조불좌상, 지장보살, 관음보살, 대세지로 추정되는 천의보살, 관음으로 추정되는 천의 보살.
조계사 목조불좌상 옷주름이 도갑사 보살상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조계사 목조불좌상, 지장보살, 관음보살, 대세지로 추정되는 천의보살, 관음으로 추정되는 천의 보살.

이어 조계사 목조불좌상도 이들 불보살상과 유사한 양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행정관은 "조계사 목조불좌상이 도갑사에 봉안됐을 때 관음·지장입상 혹은 관음·세지로 추정하는 천의보살입상과 함께 삼존으로 구성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런 경우 항마촉지인 수인에도 불구하고 본존상 존명은 아미타불로 보는 게 타당하다"며 "1450년 조성된 통도사 은제아미타삼존불좌상, 1453년 은정골 출토 삼존상 본존도 항마촉지인 수인을 하고 있으나, 발원문과 협시불에 의해 아미타불로 조성됐다"고 덧붙였다.

도갑사 대웅전 보살입상을 담은 유리건판. 현재 조계사 대웅전 목조불좌상이 도갑사에 봉안돼 있을 때, 목조불좌상의 협시보살로 추정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들 불보살상들은 세조3년(1457), 불경 언해에도 깊이 참여했던 묘각왕사 수미 스님이 도갑사 사격을 크게 키울 때 봉안됐을 것으로 보인다. 백암성총 스님이 지은 ‘도갑사수미왕사비’에 “영응대군(永膺大君, 1434~1467)이 대단월이 되어 약사여래불상 3구를 경소하여 감전에 봉안하였으니 그때가 천순기원 원년이었다”는 기록이 있어, 영응대군이 천순원년(1457)에 약사여래불상을 후원해 봉안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수십개 보석을 감입해 만든 보관, 고가 재료인 건칠을 적극 활용한 제작기법 등에서 이들 불보살상이 왕실 발원 불상으로서 조성됐음이 확실하다는 게 유 행정관의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유 행정관은 경태7년명 복장발원문 3점 가운데 1점이 도갑사 약사삼존불에 봉안됐던 발원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열성조(列聖朝) 사직(社稷)이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응대군과 함께 약사삼존불을 조성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주요 내용과 후원자명, 존상 구성 역시 '도갑사수미왕사비'에 등장하는 내용과 일치한다. 특히 "영멸사종(永滅邪種), 국조갱신(國祚更新), 사해복청(四海復淸)" 표현은 세조 즉위 과정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유 행정관은 “경태7년명 복장물을 비롯한 도갑사 관련 기록들은 단순한 왕실 구성원의 원당을 넘어 내수사 혹은 왕실 능묘에 소속돼 국가 관리 체계 안에 들어와 있었음을 의미한다”며 “발원문 내용, 후원자 면면 등을 고려했을 때 도갑사 중창불사는 세조 즉위 이후 왕위에 대한 정당성과 왕실 안정을 바랬던 세조의 발원이 불사라는 형태로 발현됐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38년도부터 80여년 조계사를 지켜온 목조불좌상은 그동안 조성시기와 관련해 여러 논란이 있었고, 막연히 조선 후기 혹은 일제강점기에 조성됐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조계사 목조불좌상이 조선전기에 조성된 보물급 문화재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문화재청은 올해 6월22일 조계사 목조불좌상과 조성 시기가 비슷한 ‘상주 남장사 관음선원 목조관음보살좌상’을 보물 제2067호로 지정하며 “15세기 불상이 지극히 드물어 목조관음보살좌상은 매우 희소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조계사 목조불좌상보다 시기가 늦은 16세기에 조성된 '정덕십년명 석조 지장보살좌상'이 보물 제1327호로, '진주 월명암 목조아미타불좌상'이 보물 제1686호로, '지장암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이 보물 제1621호로, '보은 법주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이 보물 제1361호로 지정돼 있다. 추후 정밀조사로 조계사 목조불좌상 조성 시기가 공인되면 보물급 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학계의 평가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이자 미술사연구회장 정은우 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조계사 목조불좌상이 15세기 불상이라는 것은 양식적으로든 기록적으로든 확실시된다”며 “15세기 불상도 귀하지만 특히 왕실이 불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조성한 불상은 더욱 드물다”고 밝혔다. 이어 “도갑사 화재로 모든 불보살상들이 전소된 상황에서 단 한 구라도 조계사로 이운돼 남아있는 게 아주 감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조계사 대웅전 목조불좌상은 지난 2000년 서울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됐지만 그 이후 추가적인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이번 논문을 통해 조성 시기 연구의 단초가 마련된 만큼 면밀한 조사를 통해 성보로서의 가치가 드러나고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대호 조계종 총무원 행정관은 국립중앙박물관·미술사연구회 주관으로 11월27일 온라인으로 열린 ‘조선총독부박물관 유리건판으로 본 한국미술사’ 학술대회에서 ‘조선 전기 도갑사 불상군의 특징과 제작 배경’을 발표하고 있다.<br>
유대호 조계종 총무원 행정관이 국립중앙박물관·미술사연구회 주관으로 11월27일 온라인으로 열린 ‘조선총독부박물관 유리건판으로 본 한국미술사’ 학술대회에서 ‘조선 전기 도갑사 불상군의 특징과 제작 배경’을 발표하고 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64호 / 2020년 12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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