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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구족계 의무는 파계 전제한 모순”

원로의장 도광 스님, 태고종 학술대회서 구족계 공론화
계율 수계문제 ‘선택’ 전환시켜야 종도들 자부심 높아져

“태고종은 출가자의 결혼을 허용하며 재가자의 성직(聖職)을 인정하는 종단이다. 그런데 독신의 비구·비구니가 아닐 경우 구족계를 수계한다면 율장의 가장 큰 죄인 바라이죄를 범하게 된다. 태고종에서 이러한 수계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는 종단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다.”

태고종 원로의장 도광 스님이 12월4일 서울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에서 열린 ‘태고종 정체성 탐구 1차 학술대회’에서 태고종 현행 승려의 수계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종단 내부에서 오랜 세월 논란이 끊이질 않고 딜레마로 여겨지던 민감한 사안을 현직 원로의장이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도광 스님에 따르며 태고종은 종단 내 전법사 교육과정을 통해 재가불자의 성직자 직위를 인정함과 동시에 출가자의 결혼을 인정하는 대승보살종단임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 종헌종법에서는 태고종 출가자에게 반드시 구족계를 수계하도록 명시하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도광 스님은 결혼한 출가자가 구족계를 수지하는 것은 파계를 전제한 모순적인 행위이며 생활불교, 실천불교로써 보살행을 강조하는 태고종이 남방 상좌부불교의 율장에 한정해 출가자에게 구족계 수지를 의무화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스님은 “태고종이 음행 자체를 금기시 하는 소승불교의 구족계만을 고집하는 것은 종단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구족계의 정의 및 율장에 나타나는 음행 조항과 대승불교의 금욕 문제를 검토한 도광 스님은 구족계에 대해 “초기불교 당시 세속의 삶을 포기한 비구와 비구니에게 음행을 금기시하고 근절함으로써 수행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려 했던 부처님의 엄격한 지침이자 방편”이라며 “‘화엄경’을 비롯한 숱한 대승경전에서는 금욕이 깨달음의 전제조건일 수 없음을 역설하고 있고 그것이 대승불교의 보살계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보살승을 추구하는 대승종단인 태고종이 구족계와 보살계 중 어떤 계를 수지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표명했다.

“대승의 보살승이 구족계를 받는다는 것은 소승의 사리자가 대승의 관세음보살님을 가르치는 격이 된다. 현재 태고종의 종헌종법에는 이전에 수행자들이 받을 수 있었던 보살계가 사라지고 구족계만 남아있다. 성문, 연각승이 아닌 보살승을 지향하는 태고종에서 이는 반드시 개정을 통해서 조정돼야 한다.”

스님은 해방 전후 불교종법인 ‘조선불교 태고사법’과 ‘조선불교 교헌’을 근거로 애초 불교에서는 ‘비구계 또는 보살계’ 중 어느 하나만 받아도 승려가 될 수 있었으며 태고종은 1990년대까지도 수계의 선택권을 인정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러나 조계종과의 분화 이후 태고종이 조계종의 구족계 수계방식을 무반성적으로 모방해 사용하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지금의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태고종은 계율 수계문제를 ‘선택’의 문제로 전환시켜야 여법하다”고 제안한 도광 스님은 “수계 선택의 확장·유연성이 확보된다면 태고종은 해동불교 법맥의 적통을 계승하는 대승종단으로서의 정체성 확보와 타종단과의 명백한 차별화를 통해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수계 종류에 따라 일반불자, 사미, 사미니, 비구, 비구니임을 구분하고 있는 현행 법계고시 제도와 종헌종법을 개정하면 보살계를 수지한 출가자의 지위 문제도 해결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사분율’에 의거하고 있는 비구니 법계 또한 시대와 부합하지 않고 양성불평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개선돼야 할 과제로 손꼽았다.

도광 스님은 “태고종이 비현실적이고 관습적인 제도와 종헌종법을 개정해 시대에 발맞춰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태고종의 사회적인 지위는 현저히 높아질 것이고 이에 종도들은 태고종 종도로서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며 강조했다.

윤태훈 기자 yth92@beopbo.com

[1564호 / 2020년 12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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