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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회적 약자에게 붓다의 승단은 열려있었다

기자명 효록 스님
  • 새해특집
  • 입력 2020.12.31 20:33
  • 수정 2021.01.02 01:23
  • 호수 1568
  • 댓글 2

4. 성소수자는 평등한가

율장은 성 정체성보다 성욕에 따르는 고통 자체에 집중
장애인·성소수자도 출가…바른 수행 추구한다면 누구나 수용
동성애 앞세운 차별금지법 반대는 인권 외면한 폭력

2017년 7월15일 서울광장서 열린 제18회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의 모습. 불교계 단체로는 사노위가 처음 부스를 설치했다.
2017년 7월15일 서울광장서 열린 제18회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의 모습. 불교계 단체로는 사노위가 처음 부스를 설치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크게 유행하는 요즘, 우리는 온라인(화상)으로 법회를 가진다. 성소수자 불자 모임과의 인연은 5년을 넘어선다. 이 법회엔 기독교인이지만 불교를 공부하는 ‘기독교인 불자(크리스천-부디스트)’, 가톨릭인이지만 법회에 참여하는 ‘가톨릭인 불자(가톨릭-부디스트)’, 불자지만 교회에 출석하는 ‘불자 기독교인(부디스트-크리스천)’, 종교가 없는 사람 그리고 외국인도 참여한다. 

우리는 명상을 하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괴로움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등 자신의 이야기를 나눈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함께 나누는 방식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차차 적응하는 이도 있다. 마음을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야 비로소 경험하는 법우도 있다. 이들 말처럼 부처님 가르침은 그들의 의지처가 되고, 자신을 이해하고 편안하게 하는데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의식을 하든 그렇지 않든, 삶이 고통스럽지 않다면 불교에 관심을 둘까! 삶에서 고통을 경험하거나 벗어난 사람 또는 고통에서 벗어나는데 함께하고 싶은 이들이 모인다. 부처님도 심리적인[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가했고, 내면을 탐구하는 명상[디야나(Dhyāna), 쟈나(Jhāna), 선나(禪那), 선(禪), 선정(禪定), 참선(參禪), 젠(zen)]을 통해 해탈했다. 이것은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초월의식을 포함하여 자기 내면에 있는 그것[사고, 감정, 신체감각 등]을 인식하고 경험하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내면을 보지 않고 해탈하는 이는 없다. 

2015년 부처님오신날이 가까워질 무렵, 불자 성소수자 법회 팀을 소개받았다. 만남을 앞두고 그들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실수할까봐 관련 책과 영화를 찾아봤다. 모습만으론 누구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평범했기에 놀랐다. 무관심이 무자비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돌이켜보면 학창시절 성소수자인 친구도, 출가공동체 생활을 함께 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만의 고통이 따로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보다 내 고통이 컸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 더 시급했다. 

몇 개월이 지나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연구해 달라는 의뢰가 있었다. 이 보고서는 ‘불자 성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불교-남보다 한 가지 고민을 더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2016년 4월에 발표되었다. 

당시 팔리어 율장을 보지 않았더라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른 채 승려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출가한 지 20여 년이 지나 타의에 의해 처음으로 팔리어 율장을 탐구하며 부처님 마음을 봤다. 그는 자비롭고 유연하며, 수용적이고 문화나 사회적 틀로부터 자유로웠으며 모범적이었다. 

당시엔 ‘불교’라는 종교가 없었지만, 세상에서 존귀한 분(세존)의 제자가 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2600여년 전, 부처님은 그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출가하는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 포용했다. 승단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때까지, 7세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원하면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부처님은 인도의 신분 제도를 초월하여 왕족만이 아니라 존중받지 못했던 천민이나 여성의 출가도 인정했다. 오늘날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고아나 기녀, 장애인, 환자[나병, 종기, 습진, 폐병, 간질 등], 성소수자도 출가해 함께 생활했다. 다른 종교를 가진 구도자조차 4개월의 수습 기간을 거쳐 승려가 될 수 있었다. 부처님이 보기에 바르게 수행한다면, 누구든지 고통의 바다에서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 교단의 규모가 커지고 명성이 절정에 이르렀다. 승단이 구성된 지 수십여 년이 지나 교단에 번뇌의 뿌리가 되는 것들이 나타나자 부처님은 점차 계율을 정하고 필요하면 수정하고 보완해갔다.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성적 욕구와 표현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것에 관한 문제였다. 율장비구계에는 성(sexuality)과 관련된 계율이 무려 3분의 1을 넘어설 만큼 방대하다. 그 내용을 보면, 누가, 누구에 의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떠한 순서, 방법, 과정으로 즐거움을 느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 상세히 묘사한다. 

교단 안에서 성행위와 관련해서 비난을 받았다면 이는 동성과 성행위를 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계율로 금지된 성행위 일반을 즐겼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그(또는 그녀)가 의도를 가지고 동성이나 이성 또는 양성과 성행위를 하여 쾌락을 즐겼다면 그는 승단에서 추방됐다. 만약 의도가 없었거나 쾌락을 느끼지 않았거나 동의하지 않는 등 이유가 있었다면, 참회하는 처벌이나 무죄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부처님은 제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나는데 장애가 되는 그릇된 욕망의 대표적 상징인 성행위[이성애·동성애·양성애]를 금기시켰지, 특정한 신체 부위를 사용하는 동성애 행위만을 별도로 거론한 적은 없다. 그는 승단의 유지와 지속을 위해 그리고 청정을 위해 환자나 장애가 있는 사람 그리고 일부 성소수자-빤다까(paṇḍaka), 남녀추니[양쪽성의 성적 특징을 다 가지고 있는, 양성구유인간(ubhatobyañjanakapi)]-는 출가를 허락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사후 조치를 보더라도 부처님은 성소수자라고 해서 차별하진 않았다. 성행위가 고통에서 해탈하는데 도움이 되느냐 그렇지 않냐가 기준이 되었다. 

빤다까에 대해 붓다고사는 동성애자, 관음증환자, 자위행위자, 한 달 중 절반만 빤다까가 되는 자, 임신 순간부터 (태아의) 남성성이 결여된 자를 의미한다고 말한다. 빤다까의 출가를 율장에서 금지시키게 된 것은 동성애나 유사성행위로 교단의 질서가 파괴되는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차별이 아니냐고 말한다면 차별이다. 그러나 성소수자라 하더라도 승단에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공동체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학자들은 불교가 성소수자에 대해 양가적 또는 중립적이라고 묘사한다. 

오늘날 다른 사회적 약자에 비해 성소수자는 편견과 혐오 속에서 마치 ‘벽속에 갇힌 존재’처럼 소외받으며 살아간다. 그들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수용하고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가족의 몰이해로 상처를 받거나 불화를 겪기도 하고, 협소해진 대인관계 속에서 혐오와 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제도의 부재와 차별로 인해 겪는 고통은 그들을 더욱 우울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게다가 그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무지와 오해는 그들을 더욱 움츠리게 만든다. 

불자 성소수자들이 한국불교에 기대하는 바를 간단히 알아보자. 그들은 불교가 기독교의 폭력적인 방식과는 다른 자비스런 불교논리를 내놓기 기대하면서 성소수자와 관련된 경전 연구를 해주기를, 인권적 차원에서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를 다뤄주기를, 인권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을 통해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를, 궁극적으로는 성소수자를 인정하고 포용해주기를, 성소수자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포교정책이 나와주기를 기대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두고, 이웃 종교에선 인권을 뒤로하고 동성애와 관련지어 이 법의 제정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고, 정부도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제정을 미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계종이 이 법의 제정에 지지한 것은 환영할만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조계종의 경우, 2015년부터 이들과의 법회가 가능하도록 장소를 제공해 주고 그들과 그들의 부모를 초청하여 법회를 가진 바 있다. 하지만 성소수자 불자들은 불교계를 대표하는 스님이 법문해 주기를 바랐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스님들은 이들과 마주할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있나! 성소수자에 대한 지식과 정보 없이 법문했을 때, 자칫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부처님의 입장과 태도를 알아보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경청할 필요가 있다. 

효록 스님 (사)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전문가
효록 스님 (사)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전문가

그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미래엔 변할 것이기 때문에 ‘스님들의 이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스님들이 성소수자를 이해한다면, 편견과 혐오의 대상으로 잘못 대하는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그들을 차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은 퀴어문화축제에 불교부스를 설치하여 오색실[부처님의 오색 빛이 중생들에게 비춰주는 상징으로서 건강, 행복, 업장소멸을 의미]을 손목에 채워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때 유난히 불교부스에 긴 줄을 섰다. 준비해 간 오색실이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부처님을 향한 그들의 따뜻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1568호 / 2021년 1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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