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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처럼 우직하게 정토로 나아갑시다

  • 기고
  • 입력 2021.01.05 14:27
  • 수정 2021.01.05 14:28
  • 호수 1568
  • 댓글 0

법보신문 대표 신년사

신축(辛丑)년이 밝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힘겨웠던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왔습니다. 경자(庚子)년에서 신축(辛丑)년으로 우주의 기운이 바뀐 만큼 올 한해는 불행보다는 행복이, 슬픔보다는 기쁨이 가득하길 바라봅니다.

올해 신축년은 흰 소의 해라고 합니다. 신(辛)은 금(金)으로 흰색을, 축(丑)은 12지간의 동물 중 소를 뜻합니다. 그래서 흰 소의 해라고 합니다. 우리 문화에서 소는 고집이 세고 어리석은 측면도 있지만 대체로 풍요, 부유함, 길조, 의로움, 자애, 여유, 우직함 같은 것을 뜻한다고 합니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것은 아마도 소의 우직함일 것입니다. 잠언(箴言)에 ‘호시우행(虎視牛行)’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이 있습니다. 호시우행은 호랑이 눈처럼 날카롭게 사물을 보고, 행동은 소처럼 느리더라도 진중하고 우직하게 하라는 의미입니다. 우보천리 또한 느리지만 성실하게 한발 한발 걸어 천리를 간다는 뜻입니다. 이들 잠언이 주는 교훈을 종합하면 더디더라도 성실하고 바르게 살라는 경책일 것입니다.

‘심우도(尋牛圖)’에서 보듯이 불가에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소를 찾는 여정으로 상징화한 것 또한 깨달음은 결코 포기하거나 물러서지 않는 소와 같은 우직함에 있다는 깨우침일지도 모릅니다. 특히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앙 속에서 사홍서원(四弘誓願)의 의미를 새삼 되새김질하게 됩니다. 불가에서 모든 의식의 끝은 사홍서원으로 마무리됩니다. 불자라면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알다시피 사홍서원은 말 그대로 네 가지 큰 서원입니다. 대승불교의 근본이 되는 원이며, 모든 보살이 함께 일으키는 원이기에 총원(總願)이라고도 합니다. 보살의 서원이든 개개인의 서원이든 그 크기와 관계없이 모든 서원은 사홍서원에서 하나가 됩니다.

사홍서원은 한량없는 중생을 구제하고, 다함이 없는 번뇌를 반드시 끊어내고, 헤아릴 수 없는 법문을 남김없이 배워 마치고, 마침내 위없는 불도를 반드시 이루겠다는 결연한 맹서입니다. 사홍서원으로 모든 의식을 마무리하는 것은 우리가 성불하기 전까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나아갈 바이며 또한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홍서원의 의미를 우리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직접 목도하고 있습니다. 의료현장에서 뛰고 있는 정부와 의사와 간호사들의 헌신은 또 다른 의미의 사홍서원입니다. 코로나19를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일념으로 환자들을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날밤을 새워 연구하고 공부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매진하고, 그래서 국민 모두를 코로나19의 고통으로부터 구제하려는 그 노력과 헌신은 상구보리(上求菩提)와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추구하는 사홍서원과 결코 다르지 않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의미 깊은 것들도 일반적인 의례의 하나로 정착되면 본래의 뜻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법회 때마다 사홍서원을 염송하며 서원 하나하나에 절절하고 절박한 마음을 담아 가슴에 새기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에게 사홍서원은 그저 지루한 법회가 끝났음을 통보하는 기별에 불과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봅니다.

김형규
법보신문사 대표

올해 법보신문은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 보여준 많은 이들의 헌신과 노력을 통해 사홍서원의 가르침을 다시금 가슴에 새기고자 합니다. 소처럼 우직하게 정론과 직필의 길을 갈 것입니다. 또한 지면 가득히 사홍서원의 의미가 담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에도 꼿꼿하고 바르게 정토세상 열어가는 그 길에서 독자 여러분들의 눈과 귀가 되고 수행의 길잡이가 되도록 소의 걸음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새해를 맞아 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부처님의 가피가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kimh@beopbo.com

 

[1568호 / 2021년 1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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