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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눈물 한 방울’

기자명 승한 스님

얼마 전, 죽음을 목전에 둔 어느 노문화학자가 ‘눈물 한 방울’을 떨구었다고 한다.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며 스스로 영정사진도 찍었다 한다. 지인들 앞에서 (췌장암 투병 중인) 그분이 떨군 ‘눈물 한 방울’은 행복의 눈물이었을까, 고통의 눈물이었을까. 희망의 눈물이었을까, 회한의 눈물이었을까. 

그분이 떨군 ‘한 방울의 눈물’처럼 행복과 고통은 동전의 양면이다. 뒤집으면 고통이지만, 되돌리면 행복이다. 행복이 행복인 것은 고통이 없어서가 아니라 고통이 있기 때문에 행복인 것이다. 

행복은 말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실천으로 이루어진다. 실천했을 때 진정한 행복은 온다. 진정한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그래서 고통스러웠을 때의 고통을 잊지 않는다. 온 세계를 고통에 빠뜨리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행복과 고통의 양면을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행복과 고통의 부피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는 인류에게 행복의 소중함을 (깊이) 각성시켜주었다. 고통을 통해 고통의 무게와 질량을 알려주고, 행복을 행복인줄 모르던(잊고 살던) 인류에게 행복의 넓이와 깊이를 알려주었다. 이 세상의 모든 이념과 정치·경제·사회·문화·외교·사상·철학·종교도 결국은 인간의 행복을 위한 목적의 수단임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백신이 개발되고, 접종도 시작됐다는 희소식이 들려온다. 그러나 코로나의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수십억 명의 인류가 행복을 잊고 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일본 작가 구리 료헤이의)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의 동행과 (어느 노문화학자의) 따스한 ‘눈물 한 방울’의 의지가 필요하다.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은 실천이고, 따스한 ‘눈물 한 방울’은 마음이다.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은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한 (대비<大悲>의) 백신이고, 따스한 ‘눈물 한 방울’은 코로나19를 건너가는 (반야<般若>의) 치료제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이 두 가지를 통해 부처를 이루었다.

임제 선사는 말했다. ‘즉시현금(卽時現今)이요, 갱무시절(更無時節)’이라고. ‘지금 여기서 행복해야지 다른 날을 기다리지 말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시대에도, 분명, 행복은, 있다. 그 시작은 따뜻한 ‘우동 한 그릇’과 따스한 ‘눈물 한 방울’이다.

노문화학자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마지막 수술을 하고 병상에 누운 그 노문화학자가 낙서를 하다 낙서장에 떨구었다는 ‘눈물 한 방울’. 겨울 창밖으로 수묵화처럼 날아다니는 참새를 보다가, 뭉텅해진 발톱을 깎다가, 코 푼 휴지를 쓰레기통에 던지다가 마지막 남은 삶의 낙서장에 툭 떨구었다는 그 ‘눈물 한 방울’. 말기 췌장암의 고통 속에서도, 코로나 블루의 절망 속에서도 그 노문화학자는 ‘한 방울의 따스한 눈물’을 흘리며 “어떤 고통이 와도 나는 (끝까지)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한다. “그 의지가 나를 살릴 것”이라며.

코로나19로도 모자라 이젠 ‘변종’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그 ‘어떤 고통’이 와도, 그 어떤 ‘종말의 절망’이 와도 ‘나를 살릴 의지’만 있으면 우리는 다함께 살 수 있다.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의 동행과 따스한 ‘눈물 한 방울’의 의지만 있으면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동면 뒤쪽의 희망과 행복을 찾아낼 수 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그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그 길을 일려주고 있다. 따뜻한 ‘우동 한 그릇’과 따스한 ‘눈물 한 방울’로 우리 모두 코로나19의 길을 함께 건너가 보자.

승한 스님 빠리사선원장 omubuddha@hanmail.net

 

[1569호 / 2021년 1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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