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노를 소화해 자비심과 지혜로 승화시키다

  • 불서
  • 입력 2021.01.18 14:12
  • 수정 2021.01.21 18:02
  • 호수 1570
  • 댓글 1

‘굿바이, 분노’ / 원빈 스님 강설 / 도서출판 이층버스

‘굿바이, 분노’

2020년 초, 갑작스럽게 찾아든 코로나19는 1년이 넘도록 사람들로부터 일상을 앗아갔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잠식당하며 이동의 자유를 제한 당한 상황이다. 일상을 잃고, 이동에 제한을 받는 만큼 사람들의 마음은 닫혀갔고 그 닫힌 마음 안에 분노가 싹텄다. 저마다 각자 자리에서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만큼 분노했고, 급기야 방역당국의 조치가 최선은 아닐지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밖으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물론, 현대인들이 갖는 분노가 비단 코로나19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니다.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온갖 마음의 병이 생겨났고, 그 병을 적절하게 해소하지 못하는 정도의 분노를 갖고 살았던 게 사실이다. 그렇게 우리는 스스로의 의지와 관계없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립된 삶이 이어지면서 분노로 인해 마음을 다스리기 쉽지 않은 시절을 살고 있다.

행복문화연구소장이자 경남 산청 송덕사 주지인 원빈 스님이 분노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분노를 인정하고, 분노의 대상을 용서함으로써 보리심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굿바이, 분노’에 담았다.

“어차피 상대방은 용서를 받든, 받지 못하든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이 소화하지 못한 분노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오직 자신뿐입니다.”
“마음에서 자비심이 일어나든, 질투가 일어나든, 환희심이 일어나든, 분노가 일어나든, 그냥 가만히 두고 구경해보세요. 내 살림이 아닌 것에 조작하려 하지 않고 내버려 둘 때 비로소 깨어있음은 증폭되고 집착이 떨어져 삶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원빈 스님이 분노를 인정하고 대상을 용서하는 것으로 보리심을 완성해가는 실천수행법을 제시했다. 
원빈 스님이 분노를 인정하고 대상을 용서하는 것으로 보리심을 완성해가는 실천수행법을 제시했다.

스님은 샨티데바의 ‘입보살행론’을 바탕으로 이렇듯 분노를 인정하는 것에서 용서에 이르기까지 보리심의 완성을 향한 구체적 실천수행법을 설명했다. 샨티데바가 집단 따돌림에 대한 분노를 극복하고 수많은 스님들을 용서한데 이어, 수행자들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깨달음의 길에 필요한 모든 것을 설법한 것이 ‘입보살행론’이다. 그리고 이후 이는 수많은 불자들에게 행복한 삶의 지침이 되었다. 그래서 원빈 스님은 “분노는 소화하는 순간 자비심과 지혜로 승화된다”고 강조한다.

‘굿바이, 분노’는 전체 10장으로 이루어진 ‘입보살행론’의 내용 중 행복과 깨달음을 위한 필수 과목인 분노를 다루는 방법을 소개한 ‘인욕품’을 뼈대로 삼았다. 저자는 여기서 애초 ‘입보살행론’이 전문수행자를 대상으로 한 설법이고, 7세기 인도 문화를 반영한 것이어서 현재와 괴리감이 있다는 전제하에 적절히 난이도를 조절하고 오늘날의 문화에 걸맞은 해석을 곁들여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전체 3부로 구성된 책은 먼저 ‘분노를 배우다’에서 이른바 분노사회로 불리는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흔들리는 마음과 변해가는 얼굴, 그리고 모든 고통이 생겨나는 이유와 그 고통에 따른 분노가 결코 정당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이어 2부 ‘인내심이 자라날 때’에서는 분노가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살피고, 그 고통을 인지하고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꿔 삶의 방향을 개선해 나가는 길을 안내한다. 그리고 이 대목에서 고통과 분노를 다스리고 용서를 통해 자유로워질 수 있음을 설명한다. 3부 ‘용서에 귀 기울이기’는 우선 용서를 이해하고 관계를 바꾸는 연금술을 어떻게 펼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성숙한 눈으로 상황을 마주하면서 세상을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일러줌으로써 분노에서 멀어질 수 있음을 밝힌다. 

분노가 발생하는 단계와 원리를 논리적으로 제시한 책을 통해 ‘정당한 분노는 세상에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불교인문고전이라 할 ‘입보살행론’을 거울삼아 마음을 비춰보면서 얼굴 찡그릴 일은 줄어들고, 웃을 수 있는 일이 늘어나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70호 / 2021년 1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