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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 등진 미얀마 군부를 어찌 용납하나”

  • 사회
  • 입력 2021.03.04 20:27
  • 수정 2021.03.04 20:36
  • 호수 1576
  • 댓글 4

소모뚜 군부독재타도 위원회 고문

주한미얀마대사관·중국대사관서 집회 열고 공무원 총파업 촉구
‘시위대 후원금’ 2억5000여만원 모금…한국 불교계 지지 호소

소모뚜 군부독재타도 위원회 고문
소모뚜 군부독재타도 위원회 고문

“미얀마 국민은 오로지 민주화 염원 하나로 군부에 맞서고 있습니다. 군부가 쏜 실탄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불교계를 비롯한 한국사회의 지지가 꼭 필요합니다.”

미얀마의 민주화를 부르짖으며 거리에 나선 미얀마 출신 인권운동가 소모뚜(46)씨. 군부의 폭력적인 대응에 사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그의 목소리는 더욱 커진다. 당장 미얀마에 돌아가 민주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고 싶지만 25년 전 한국으로 망명한 그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낼 뿐이다.

‘군부독재타도 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는 소모뚜씨는 3월2일 한남동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9명으로 제한된 집회였지만 미얀마인 수십명이 현장을 찾아 동참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딴신 주한미얀마대사를 향해 “당장 밖으로 나와 시민의 편인지 군부의 편인지 확실하게 대답하라”고 외치며 미얀마 군부를 행정적으로 압박하기 위한 공무원 총파업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소모뚜씨는 쿠데타 발발 직후 생계도 제쳐두고 2만5000여명의 국내 거주 미얀마인들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 ‘군부독재타도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2월 초부터는 주한 미얀마대사관과 중국대사관 등에서 번갈아 집회를 열고 ‘미얀마 민주주의 회복’을 염원했다. 또 페이스북을 통해 현지 상황을 공유하고 ‘반독재시위대지지 후원금 온라인 모금 운동’을 펼쳐 현재 2억5000여만원을 모금했다. 이 돈은 미얀마 현지에서 총파업에 동참하는 공무원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군부독재타도 위원회는 3월2일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군부 쿠데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군부독재타도 위원회는 3월2일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군부 쿠데타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소모뚜씨는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이 있지만 방역지침을 준수한 가운데 9명 이하의 인원만 모여 릴레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며 “현재 전국에서 자발적인 집단 및 1인 시위가 일어나는 등 군부독재 타도를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역사를 가진 한국사회의 더욱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촉구했다. 소모뚜씨는 “한국은 성공적으로 민주주의를 이뤄낸 국가이기에 미얀마인들이 겪고 있는 민주화에 대한 절실함에 깊이 공감할 것”이라며 “미얀마 군부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통해 미얀마 국민들의 편에 서달라”고 호소했다.

소모뚜씨는 미얀마인만의 외로운 싸움이 되지 않도록 연대해준 한국불교계에 고마움도 전했다. 소모뚜씨는 “불교국가 미얀마를 위한 한국불교계의 지지와 응원은 이겨낼 수 있다는 큰 희망을 심어준다”며 “최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진행한 희생자들의 위한 기도회를 비롯해 많은 불교단체가 군부 쿠데타 항의에 동참해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서로 깊이 이어져 있고 인과가 분명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평등세상을 위한 발걸음에 조금 더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군부독재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미얀마인들이 쿠데타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군부독재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미얀마인들이 쿠데타 저항의 상징으로 사용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스스로 독실한 불자라는 소모뚜씨는 “총칼을 앞세워 국민을 억압하고 자비를 등진 군부는 어떤 경우라도 용납할 수 없다”며 “군부에 의해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을 위해,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소모뚜씨는 19세 때인 1995년 한국으로 건너와 공장에서 일했다. 당시 그의 주변에는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이 많았다. 소모뚜씨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동법과 노동인권 등을 공부했고, 조직적인 지원을 위해 버마행동한국에 동참했다. 이후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며 대표적인 이주민노동자 인권운동가로 널리 알려졌다. 미얀마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운동뿐 아니라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적극 돕자 그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소모뚜씨는 2004년 정치적 망명을 신청해 7년만인 2011년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76호 / 2021년 3월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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