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 종사자들은 공평무사(公平無私)해야 합니다. 특정종교에 편향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사회적 갈등과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이런 부분에 대해 불교는 그저 참고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그 세월이 길어지면서 타종교는 종교상징물을 때가 지났음에도 설치하고, 그것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이러한 종교적 차별과 편향을 분명히 지적하고 인식을 개선하는데 불교인이 앞장서야 합니다.”
부산광역시불교연합회 사무총장 보운 스님이 최근 부산 해운대구가 해운대 해수욕장에 ‘빛축제’를 명목으로 대형 크리스마스트리 조형물을 3월말까지 설치한 것과 관련해 “행정기관의 종교편향이 의심된다”며 강하게 문제제기했다. 특히 스님은 법보신문 보도를 접하고 즉각 부산불교연합회 사무국 차원의 긴급회의를 소집해 3월29일 해운대구청으로 항의 공문을 발송했고,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와 협의해 불교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4월1일에는 금정총림 범어사 국장단 회의를 거쳐 범어사 신도는 물론 사회 각계 지도층에도 이 문제를 인지할 수 있도록 알렸으며, 4월2일 부산불교연합회 상임이사회를 통해 부산불교연합회 전체 차원에서 관련 사실을 공유하는 등 불교계 차원의 대응에 앞장섰다. 이와 함께 법적자문을 거쳐 부산 해운대구의 이번 행정조치에 대해 감사원 청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보운 스님은 “지자체에서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공공장소에 조형물을 설치할 때는 행여 조형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사람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는 게 우선”이라며 “그럼에도 해운대구가 12월 예수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트리를 3월말까지 버젓이 공공장소에 설치한 것은 상식에 벗어날 뿐 아니라 이웃종교인들에게 상실감을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종교편향이 의심되는 이런 상황에 해운대구 담당자가 이를 지적하는 불교계를 향해 오히려 ‘욕을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종교를 떠나 모든 부산시민들을 위해 일해야 할 해운대구가 공정한 행정을 펼치고 있는지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비판했다.
스님은 “그동안 불교계는 부처님오신날을 기념하는 봉축장엄등과 거리 곳곳에 설치하면서도 이웃종교인들을 배려해 해당기간이 지나면 모두 철거했고,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연등회마저 취소했다”며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한국사회에서 종교간 화합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종교를 내세우기 위해 철지난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도록 예산을 지원하고, 지자체가 이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게 스님의 판단이다. 특히 스님은 “부산에서 종교 간 화합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처럼 지자체의 무심한 행정으로 이 문제가 종교간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스님은 이런 문제가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불자들의 의지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운대구뿐 아니라 창원시 등에서도 ‘빛 축제’라는 명목으로 특정종교의 상징물을 기념기간이 지났음에도 설치하고, 방치하는 일이 공공연히 늘어나고 있다”며 “이는 특정종교가 공공기관과 손잡고 진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종교편향 사건이다. 불교계가 이를 그대로 둔다면 1년 내내 트리조명이 공공장소에 등장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행정기관이 공정한 행정을 펼치고, 모든 종교가 화합하며 지역사회에서 각각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불교계가 장군죽비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80호 / 2021년 4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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