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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이승만 정권의 농지 개혁

기자명 이병두

사찰 종부세 논란, 이승만 정권 ‘농지개혁’ 판박이

1950년 이승만 정권 농지개혁법안 공포로 사찰 경제 타격
불교계, 정치권 동원해 해결 나섰지만 정부에 이용만 당해
과거 역사 면밀히 살펴 정치권 장난에 넘어가지 않길 당부

1954년 이승만 정화유시(1954년 11월).

지난 3월19일 법보신문에 ‘전통사찰도 종부세 부과대상…세금폭탄 우려 확산’에 이어 24일에는 ‘정부, 종부세 부과하려 불교계 기만했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번 종합부동산세 파동을 지켜보면서, “근현대불교 탄압사 다음 원고는 이승만 정권 당시의 농지개혁 문제를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번에 불교계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상황에 이를 때까지 대처 방식이나 문제가 공론화된 뒤의 대책 등이 수십 년 전의 농지개혁 당시와 거의 닮았다는 아쉬운 마음을 놓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권이 출범하고 1년이 채 되지 않은 1949년 4월27일 ‘농지개혁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6월21일 공포되었지만, 문제제기가 이어져 개정안이 제출·통과되어 한국전쟁 발발 이틀 전인 1950년 6월23일 공포되었다. 개정 법률안에서는 한 가구당 농지 소유 상한을 3정보(9000평)로 제한하여 그 이상의 농지는 국가가 매수하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전국 사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 법에서는 실제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만 농지 매수 자격을 주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당시 중앙총무원 집행부에서는 ‘절에서도 농사를 지으니 괜찮을 것’이라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었는데, 정부에서는 “사찰은 농지를 자경 또는 자영하는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쪽으로 해석하여 결국 전국 사찰이 큰 어려움에 마주쳤다.

1949년 농지개혁법 상정을 전하는 경향신문 기사(1949. 3. 11).

당시 총무원을 비롯한 불교계에서는 이 문제를 정치권의 불교계 인사들을 통하여 해결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냈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지만 어쨌든 1952년 4월1일 열린 제52차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이승만이 ‘사찰농지 반환 촉구’를 지시하고, ‘사찰 보호와 재원고갈 대책을 강구하라’는 내용의 대통령 담화까지 발표하였다. 불교계에서도 이 담화에 호응해 총무원 간부들과 각도 교무위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국회의원을 겸하고 있던 총무원장 이종욱 등이 ‘사찰유지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4월11일 총무원장이 전국 종무원에 “농지개혁으로 인한 … 전국 사찰이 황폐하게 된 것은 심히 유감으로 생각하였으나 현명하신 이 대통령께서는 이에 대한 간절하신 관심으로 며칠 전에 ‘사찰보호에 대하여 긴급히 대책을 강구하라’는 유시를 나리시어 4월1일 제25차 국무회의에서 정식 의결한 바 있었고 같은 날 내무부 장관이 총무원장을 초청 회담한 바 있었는데 이는 …  천재일우의 호(好)기회로 감사·감격 …”으로 시작하는 공문을 보내 이승만에 대한 감사와 충성을 보여주었다.

5월7일 총무원장 지암 이종욱과 당시 정부의 고시위원장을 맡고 있던 범산 김법린이 대통령을 만나 어려움을 호소하자 이승만은 “사찰 자경농(自耕農)은 부활시킵시다”며 불교계를 어루만지고 달래주며 ‘혜택’을 주는 듯 보였고, 몇 달이 지난 12월15일 개최된 제109차 국무회의에서도 4월1일의 담화와 같은 내용을 다시 지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승만은 전쟁이 끝난 1954년 5월21일 다시 “사찰 소유 토지를 반환하라”는 담화문을 발표하고 11월4일에는 이른바 ‘제2차 정화유시’를 발표하여 “농지개혁에 따라 [소작농 등에게] 분배된 사찰 소속 농지를 다시 내어주고 그것을 비구승들이 차지하라”고 지시하여, 이 문제를 불교계 내분에 활용하였다.

이때 이승만이 비구승 쪽을 지지하면서 사찰 소유였던 토지 반환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결코 불교계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려는 뜻이기보다는 ‘정치적 반대세력의 지지 기반으로 기능할 수도 있는 종교집단[불교]을 약화 내지 중립화하고, 나아가 포섭’하려는 의도가 강했다. 당시 이승만의 친(親)개신교적 성격으로 인해 불교지도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었고, 정치사회에 진출한 불교지도자들이 야권(野圈)에 주로 포진하여 불교지도자들이 ‘정권 반대세력의 지지 기반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강인철, ‘종속과 자율: 대한민국의 형성과 종교정치’)

1950년 개정된 농지개혁법안.

1950년대 농지개혁법 시행으로 전국 사찰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이승만은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쓰면서 이 상황을 불교계를 분할통치하는 기회로 삼았다. 하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불교계는 그 전술에 휘말려 ‘비구-취처 사이의 갈등과 분쟁’을 이어갔고, 이승만이 절에 찾아오자 주지가 맨땅에 엎드려 절을 하는가하면 3선 개헌을 지지하는 기도회를 이어가기도 하였다. 제대로 된 전략을 세워서 대처해 나가기보다는 오로지 정치권 불교인들이 노력하고, 정부가 선처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전통종교로서의 자부심도 없고, 불교 재산을 지키는 데 필요한 전술·전략도 없으며, 적극 대처하려는 의지도 없는 ‘삼무(三無)’ 자세를 이어갔던 것이다.

신문 보도 내용 그대로 이번 지방세법 시행령이 개정안대로 집행되면, 막대한 세금뿐 아니라 땅값 합산에 따라 종합부동산세도 부과되어 전국의 전통사찰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급격한 세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감안해 2022년부터 매년 토지면적의 20%씩 늘려나가, 2026년부터 100% 면적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방침”이라고 하니 전국 사찰이 세금폭탄으로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물론 명년 봄에 맞이하는 대통령과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전통문화 보전을 명분으로 사찰 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부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특별조치’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그것이 잠시 폭탄을 피하는 길일 수는 있어도 장기 대책이 될 수 없어 멀지 않은 시기에 다시 똑같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므로, 결코 그 달콤한 속임수에 넘어가면 안 된다. 대통령 이승만이 “사찰 보호와 재원고갈 대책을 강구하라”는 담화문을 발표하여 불교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실제로는 이 문제를 불교계 내분 조장에 활용하였던 수십 년 전의 역사를 잘 봐야 한다. 이번에도 또 다시 ‘삼무(三無)’ 자세로 일관하며 정치권의 장난에 멋모르고 넘어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80호 / 2021년 4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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