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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참된 목우자(牧牛子)인가?

기자명 성진 스님

대중을 이끌어 가는 사람을 흔히 ‘지도자(指導者)’ 또는 ‘리더(Leader)’라고 한다. 두 단어 모두 ‘~이끌다’라는 동사에 사람을 뜻하는 단어(者, ~er)가 붙어서 만들어진 말이다. 불교 경전에서도 지도자와 같은 의미를 가진 표현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소를 치는 사람’, 목우자(牧牛子)다.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제39권과 제46권 ‘마혈천자품(馬血天子品)’과 ‘잡아함’ 47권 1248, 1249, ‘목우자경(牧牛子經)’에서 첫 번째는 어리석은 목우자(牧牛子)로 우기를 맞아 이쪽 강가의 언덕도 잘 살펴보지 않고 저쪽 강가의 언덕도 관찰하지 않고서 소 떼를 몰고 오르내리다 강의 중간에서 소용돌이를 만나 모두 환란을 겪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리석지 않고 방편과 지혜가 뛰어나 강가 이쪽 언덕과 강 저쪽 풍요로운 언덕 모두 잘 관찰하여 그곳으로 갈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길로 각 소들의 능력과 상태를 잘 살펴 힘센 소를 먼저 건너게 하여 물길을 막아 나중에는 어린 송아지도 강물에 휩쓸려 보내지 않고 건넌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함께 편해질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 서로의 차이를 차별로 만들지 않고 협력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두 번째 목우자가 지혜로운 지도자임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중아함(中阿含)’ 9권 40경 ‘수장자경(手長者經)’에서도 500여명의 장자를 평화롭게 이끌고 있는 수장자의 이야기를 통해 네 가지 대중을 법답게 이끄는 방편을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은혜를 베풀고(惠施), 둘째는 부드럽고 고운 말을 쓰며(愛語), 셋째는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며(利人), 넷째는 모든 일을 같이 하도록 하는 것(等利)이다. 사실상 이것은 사섭법(四攝法)의 보시(布施),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대중을 이끄는 참된 목우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평소의 삶에서 나눔을 통해 함께 하는 기부와 봉사의 보시바라밀을 실천하고 있어야 한다. 유창한 언변이 아니라 숨김 없으며 상대를 깔보거나 누르려고 하지 않고 부드러운 말을 해야 한다. 자신만의 이익과 편안함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모두가 이롭기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 다른 입장과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공감하며 함께 아파하고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네 가지 방편을 가지고 대중을 안내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지혜로운 목우자인 것이다.   

선거라는 제도는 결국 대중들이 직접 자신들을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현명한 지도자를 뽑는 길이다. 인물을 선택하는 것이지만 그 기준은 그 사람의 행위이다.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존귀함은 태어남이나 가진 것이 아니라 행위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하셨다. ‘잡아함’ 30권 837경 ‘과환경(過患經)’에서도 진리를 믿지 않고 사람을 믿으면 다섯 가지 허물이 생긴다고 한다. 만약 자기가 공경하고 믿는 사람을 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비난하고 믿지 않는다 하면 ‘나는 이 사람을 나의 스승으로 존중하고 공경하는데 지금 대중 스님들은 칭찬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 내가 이제 무슨 인연으로 저 절에 들어가겠는가?’ 이렇게 생각하여 절에 들어가지 않으면 가르침을 듣지 못할 것이고 듣지 못해 착한 법에서 멀어지면 결국 소멸되는 허물이 생긴다는 것이다. 참된 목우자를 찾는 것 또한 첫 번째로 행동을 보고 사람을 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행적을 통해 앞으로 걸어가겠다는 길의 진실성을 검증해야 사람에 속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전 군승으로 임관하여 처음 주지 소임을 보면서 대중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것에 진심(嗔心)을 내고 무기력한 마음을 가졌을 때 은사스님께서 일러주신 말씀을 새기면서 부디 이번 선거를 통해 지혜로운 목우자가 선택되길 발원한다.  

“대중을 이끄는 수장은 사람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전부 보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얼굴이 다르듯 마음이 다른 대중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더라도 버리지 않고 다 품고 가는 것이다.”

성진 스님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사무총장 sjkr07@gmail.com
 

[1580호 / 2021년 4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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