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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주도 땅투기

기자명 진원 스님

터질게 터진 것이다.

‘땅’하면 복부인, 졸부, 지게 짊어진 갑부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난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부정적인 단어가 아닐까 한다. 고급세단을 타고 모피목도리를 두른 돈 많은 사모님, 갑자기 개발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 우리나라가 근대화 되면서 땅이 가장 먼저 투기 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그때는 그저 국가가 주도해 개발하는가 보다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공공연하게 고급정보를 독점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들과 지역 토호세력이 연관돼 부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개발소식이 전해지면 이미 그 지역은 모모 의원의 땅, 모모 시장의 땅이 들어있거나 차명으로 이미 매입이 끝나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어디 LH 임직원의 문제뿐이겠는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불편한 사실인 것이다. 정직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만 바보가 된 듯한 세상에 너도 나도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현상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부를 좇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 종단도 이러한 국가주도의 땅투기에 맥없이 당했던 안타까운 경우가 있었다. 봉은사의 10만평도 넘는 땅을 국가가 반강제적으로 싼값으로 수용하고 그 일대 개발을 빌미로 투기했다. 그래서 오늘날 강남 시대가 열리게 한 것이다. 강남은 그냥 강남이 아니지 않는가. 그 시대에 복부인에 버금가는 투기꾼들이 이룬 신화이지 않는가. 그래서 ‘부익부 빈익빈’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고, 강북과 강남이라는 신도시와 구도시를 갈라놓는 이분법적인 도시구조를 만들어낸 집 장사의 대표적인 사례 아닌가.

가장 큰 문제는 어느 정권이든 국가의 경영을 맡은 자들과 공직자들이 주인행세를 하며 도덕 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단지 부만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국가를 운영하는 고위 공직자들 그리고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자들의 철학의 부재이다. 지금이라도 잘 터진 것이다. 후세대의 미래를 끌어다 쓰는 이러한 형태들이 지금이라도 밝혀졌으니 어쩌면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그냥 또 힘 있고 빽 있는 자들은 다 빠지고 잔챙이들만 몇 건수에 포함되는 용두사미의 성과로는 안된다. 뒤집으려면 다 뒤집어야 한다. 이유여하가 없어야 한다. 제대로 된 처벌과 입법이 안 된다면 어쩌면 국민들도 이 대열에 합류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열심히 일해서 정상적으로 부를 축적할 생각이 없어질 지도 모른다. 너도 나도 탐욕심에 졸부에 편승하고자 하는 현상이 안타깝다. 그러한 국민들을 국가가 탓할 수가 있겠는가.

열심히 일해서 100세의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는 나라, 재수 없으면 120세까지 살 수도 있는 세상, 평생을 의식주 해결에 목숨 걸어야 하는 불안한 미래에 우리는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지금이 후세대에 용서 받을 수 있는 기회이다. 더 이상 국민들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지 말자. 국회는 이번 일을 계기로 강력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 적어도 미래세대의 의식주를 투기로 끌어다 쓰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다시는 기회를 주어서는 안된다. 더 이상 국민들이 억울하지 않게 하자.

요즘 나는 대궐 같은 절의 주지 소임을 내려 놓고 5평 남짓의 공간에 살고 있다. 말 그대로 손만 뻗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럼에도 참 편안하다. 작은 공간이지만 이제 나한테 집중하고 성찰할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부처님 당시 왜 대궐을 떠나서 나무아래 건초더미 위에서도 행복을 찾았는지 알 수 있다.

조금만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지금에 행복을 느껴 보는, 남의 부에 비교하지 않고 자신의 지금에 행복을 찾는 ‘오유지족’의 지혜로운 마음이 필요하다.

진원 스님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suok320@daum.net

[1580호 / 2021년 4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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