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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칭찬과 비난 사이

기자명 금해 스님

영상 강의 시작하며 비난 걱정
외도 욕에 흔들림 없던 부처님 
의지할 것은 오직 ‘선정의 힘’

어떤 일이든 크고 작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더구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현재의 자신을 뛰어넘는 도전을 해야 할 때는 더욱 큰 힘이 있어야 합니다. 이번 주부터, 처음으로 영상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강의를 들은 분들은 감사하다고 거듭 말합니다. 그동안 코로나로 쉬었던 공부를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즐겁고 행복하다며 잘 했다고 칭찬해 주니 오히려 제가 감사합니다.

영상으로 진행할 뿐, 강의는 평소 하던 대로 하는 것이니 힘들 것이 없는데도, 시작 전까지 무척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강의를 공개하면 받게 될 비난을 감당할 수 있을지였습니다. 불교 공부는 수행과 실천이 하나 되는 것이니, 말에 대한 책임이 부담이 되었습니다. 부족함은 당연하지만, 다양한 이들의 다양한 부분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을 아픔 없이 받아들일 만한 용기가 있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지요.
30년도 넘은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제가 공부했던 사찰의 큰스님은 큰 원력을 갖고 포교 활동에 전념하신 분입니다. 어느 날, 사찰 안이 떠들썩했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이웃 종교의 신도가 찾아와서 기도 들어가시는 스님을 쫓아가 뺨을 때렸다는 것입니다. 저는 너무 화가 나서 “그 사람을 그냥 뒀냐”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큰스님은 말없이 법당에 들어가셔서 이미 기도를 시작하셨습니다. 그 후에도 차마 큰스님께 사건의 전말을 여쭤보지 못했습니다. 

평온했던 큰스님과 달리, 오랫 동안 그 사건은 제 마음에 충격이자 상처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나 자신을 드러낼 때마다 느끼는 두려움은 그때의 트라우마와 같습니다. 

부처님 당시, 자부심 강한 어느 바라문은 자신의 형이 부처님께 귀의해 출가 수행자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는 크게 분노하며 사원으로 찾아갔습니다. 부처님을 만나자마자 온갖 욕을 퍼부었습니다. 옆에 있던 아난존자와 제자들이 그를 말리려 했으나, 소용 없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정작 부처님은 평온한 얼굴 그대로 아무 말씀도 하지 않고 계셨습니다. 마침내, 그가 돌아가려고 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집안에 손님을 초청해 음식을 차려서 내놓았는데, 그가 먹지 않았다면 누가 먹습니까?” 

바라문은 “우리 가족이 먹겠지요”하고 답했습니다.

“지금 당신의 욕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대가 내게 욕이라는 선물을 주었으나, 내가 받지 않았으니 그 선물은 당신의 것입니다.”

바라문은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말은 귀에 들리는 것인데, 어떻게 받지 않았다는 것이오!”
“다른 이들은 욕설을 듣고 달려들어 화내고 언쟁하며 서로 싸우지만, 나는 그대와 욕설을 주고받지 않았으며, 화가 나지도 않소. 그대가 한 욕설은 나에게 이르지도 않았소.”

선정에서 조금도 흔들림 없었던 부처님을 보고 그제서야 바라문은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는 형과 마찬가지로, 곧 부처님께 귀의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 사건 외에도 외도들에게 많은 비난과 모함을 받아야 했습니다. 불교의 영향이 커질수록, 더 많은 일을 겪어야 했지요.

무엇인가를 할 때, 항상 칭찬과 비난이 함께 있습니다. 각자 업에서 나오는 타인의 칭찬과 비난은, 사실 같은 것입니다. 다만 우리들의 마음이 흔들릴 뿐입니다. 정작 고민해야 할 것은 ‘부처님 가르침을 온전히 잘 따르고 있는가’입니다. 그리고 그것만이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

금해 스님

첫 영상 강의를 시작하며 오랜 트라우마와 마주합니다. 부처님과 큰스님들도 비난을 받았는데,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칭찬만 받겠습니까! 이 위로로 새로운 일을 시작할 용기를 냅니다. 그리고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선정의 힘, 수행의 힘을 갖추고자 노력할 뿐입니다. 지금, 두려움을 이기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든 분들께 찬사를 보냅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580호 / 2021년 4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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