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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기자가 만난 사람 - 서울중앙병원 법당 지홍 스님

기자명 김민경
病苦 속에서 화두를 들다

병원은 두려움과 고통 절절하게 배어 있는 곳…




“이 보다 좋은 선방 없을 것”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자리한 서울중앙병원 동관 6층에는 아주 특별한 법당이 있다. 지난 91년, 병원에 근무하는 불자들과 인근 지역의 사부대중들이 병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해서 힘을 모아 마련한 법당으로 일반 사찰의 법당과는 그 역할이 매우 다르다. 그 누구든,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듯 절박한 심정으로 부처님에게 매달리는 곳, 바로 그곳이 서울중앙병원 법당이다.

지홍(智弘) 스님은 법당이 문을 연 바로 다음해에 지도법사로 부임하여 올해로 꼭 10년째 법당을 지켜왔다. 어린 나이에 어머님을 여의고 여러 지중한 인연 속에 동진출가한 스님은 수월관음도 속 동자처럼 맑고 또랑한 인상을 지녔다.

서울중앙병원은 2200개 병상에, 상주하는 직원까지 합쳐서 매일 1만여명의 인파가 오고가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대형병원이다. 법당에는 매일 100명의 환자와 환자가족이 방문하여 조용히 기도를 올리거나 스님에게 진심 어린 위안을 받고 돌아간다. 스님은 상담실과 법당도 분리할 수 없는 열 다섯평 작은 공간 속에서 매일 새벽 4시 반과 오전 11시에 기도법회를 봉행하고 오후 6시까지 곧 이승을 떠날 것처럼(당사자든 혹은 가족이든) 불안에 떠는 이들의 마음을 추스려 준다. 스님은 10년 동안이나 매일 아침, 병원에 출근하면서도 여전히 딱한 사연을 만날 때마다 눈시울을 붉힌다.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은 그런 지홍 스님을 살아있는 보살로 여긴다.



병원법당을 이끄는 데에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입니까.



기도와 상담입니다. 갖가지 애환과 하소연을 끝없이 들어주는 것이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니지만 또 그처럼 중요한 일이 없습니다. 제때 공양도 못하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바삐 살지만 어떤 경우든 잘 들어둬야 그들을 위해서 기도 할 때 더욱 열심히 기원하고 진심으로 축원할 수 있거든요. 또 여기서 듣게되는 모든 이야기가 저에게는 제3의 체험이 되어 출가사문의 바른 자세를 늘 되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자양분이 됩니다. 그외에 불자직원들의 법회를 챙기고 50명의 훌륭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병원 측의 배려 아래 불자 환우와 가족을 찾아내 도움을 주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병원이라는 곳이 썩 기분 좋은 곳이 아니지 않습니까, 누구든 피해가고 싶고 가까이 하면 왠지 피곤해질 것 같고, 아무튼 좀 껌껌한 느낌을 주는 곳인데 어떻게 10년을 ‘버티’고 계시는지요?



매일 사시에 108배하며 내 몸에 묻은 고통과 슬픔을 떠나보냅니다. 열심히 기도하면 정말 나쁜 기운이 물러가고 부처님의 기운이 쏙쏙 스며드는 것이 느껴집니다. 기도를 할 때마다 이 곳을 찾은 모든 이들에게 다시금 행복의 씨앗이 심어지고 건강하게 자라나길 축원하지요. 처음에 왔을 땐 이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습니다. 워낙 다급하게 돌아가는 곳이라 일년 열 두달이 마치 하루처럼 느껴집니다.



스님은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소임을 맡아오셨습니까.



후배 스님과 남이 보아서 ‘나도 저런 일을 해야겠다, 저 일이야 말로 진실로 보람된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요즘에야 좀 나아졌지만 우리 불교계가 참으로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 손을 내미는 일엔 좀 약했습니다. 이러한 일도 수행이요, 좋은 공부라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불자들은 수행이라하면 산중에서 공부하는 것이 진짜이며 최고라고들 생각합니다. 스님께서는 그런 점에서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여기에 단 하루만 있어보세요. 여기만큼 확실하게 마음 공부 시키는 곳도 없을 것입니다. 죽음과 병고 앞에서는 망상과 욕심이 끼어들지 못합니다. 곧 죽음에 이르는 사람이 지천인 곳, 애별리고(愛別離苦)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이 절절한 곳에서 살다보면 도무지 (마음의) 게으름을 피우기는 커녕, 화두를 챙기기에도 이보다 좋은 선방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저는 이곳에서 깨달음은 어떤 특별한 시기와 장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법당을 돌보는 일 외에 병원에서도 아주 중요한 소임을 위촉받아 있다고 들었습니다.



병원임상연구위원과 뇌사판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의 것은 의학자들이 새로운 임상실험을 시도하고자 할 때 그 활동이 인륜지사와 피임상자의 인권을 저촉하지 않는지 판단하는 일이며 뒤의 것은 장기기증을 약속한 뇌사자가 의학적으로 죽음에 이르러 그의 장기가 다른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는 데에 쓰여도 되는지 최종 판단하는 역할입니다. 아무나 할 수 없고 또 아무나 하여서도 안되는 일이라고 들었는데 병원 측의 의뢰로 맡게되었습니다. 늘 부처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신중하게, 아주 신중하게 임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그러한 경험이 후배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며칠 전에 울산의대로부터 오는 10월 ‘종교와 의학’이라는 주제 아래 특강을 하여 달라고 요청 해왔습니다. 저의 바람은 좀 더 많은 불자들이 가까운 병원법당에 기꺼이 자원봉사를 나서서 이웃도 돕고 본인의 ‘안락한 삶’도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단언컨데 부처님의 말씀을 몸으로 느끼면서 마음공부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지홍 스님은…



경북 청도 옥련암으로 동진 출가한 후 운문사 강원,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 동국대학교 불교복지대학원을 졸업했다.


글 김민경·사진 황도 기자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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