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에게 목사 완패한 교리논쟁 사건
『파아나두라 대논쟁』은 바로 스리랑카에서 벌어진 이 대 논쟁을 담은 책이다.
당시 스리랑카는 영국의 식민지로서 스리랑카의 민족적 동질성을 제공하고 있는 불교에 대한 엄청난 탄압에 직면하고 있었다. 스리랑카에서 불교는 말살되기 직전이었으며, 그것은 곧 스리랑카의 민족 동질성의 말살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 때 한 스님이 기독교계에 도전장을 던지며 대논쟁에 돌입한다.
‘영혼과 신의 존재’ 거론
이 책은 불교와 기독교가 △영혼과 신의 존재 여부 △윤회의 개념 등을 놓고 벌인 세기의 논쟁을 객관적 시각으로 담고 있다. 이틀간에 걸쳐 오전 오후 2회씩 모두 네 차례 8시간 동안 진행된 당시의 격렬한 논쟁은 결국 불교의 승리로 마무리 됐다.
스리랑카 식민지 통치를 통해 기독교 전파를 계획했던 영국 교회의 의도는 이 논쟁을 기점으로 접어야 했다.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하기를 강요받던 스리랑카 사람들과 탁발까지 금지당하는 탄압을 받아온 스리랑카 스님들은 이 논쟁에서의 승리를 계기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스리랑카 사람들은 불교도라는 자긍심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되었고 기독교에서도 양식 있는 기도교인들의 불교에 대한 이해가 신장됐으며 오히려 불교로 개종하는 일도 발생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일본 불교 되살리는 계기돼
이 논쟁에서는 이밖에도 메이지 유신 당시 폐불로 인해 어려움에 처했던 일본불교를 부흥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일본의 세계적 불교학자 나카무라 하지메 교수는 “풀뿌리로로부터 싹이 자라나는 것처럼 일본불교가 부흥한 것은 구다난다의 가르침에 힘입은 바 크다”며 이 책 감수문을 통해 평가하고 있다. 즉 이 논쟁은 세계사상적 의미를 갖는 세기의 사건이라는 평이다.
“오늘의 한국불교 상황과 비슷”
이 책을 번역 출간한 오진 스님은 “불교와 기독교가 파아나두라에서 처럼 진지하게 대론한 것은 유례가 없고 또 현재도 한국의 종교 상황이 불교에 대한 그릇된 중상과 박해가 횡행하는 등 120여년 전 당시 스리랑카와 비슷해 책을 냈다”고 밝히고 있다.
상생과 화해의 길을 모색하는 이 시대에 상호 종교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책이이서 무게가 더 실린다.
상호 치열하게 전개되는 비판과 반론은 마치 현장에서 직접 보는 듯한 생동감을 전하고 있기에 쉽사리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오진 스님은 동진출가해 경희대 법학과를 졸업 한 후 1977년 일본으로 유학, 도쿄 고마자와 대학원에서 인도불교를 전공했다.
번역서로는 『불교요설』, 『석존과의 대화』, 『붓다가 남기고 싶었던 말』등이 있다. 1999년부터 동경대학 동양무학 연구소 연구원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운주사, 8500원)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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