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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軍僧 기득권 버려라

조계종이 7년째 '군승요원' 정원 미달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는 신문 보도가 있었다. 그런데 이 보도를 접할 때마다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그 답답함에는 우선 먼저 어떻게 했기에 7년씩이나 군승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지가 이해가 안 간다. 군승이라함은 군부대에서 군인들을 대상으로 종교 활동을 하는 승려를 말하는 것이다. 군인이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일반인과는 달리 종교생활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장교나 하사관도 그렇지만 의무 복무로 징집된 사병들의 경우는 더구나 제약이 많다. 그래서 광복 이후 국군이 창설되면서 군부대에서도 종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종교 시설을 세우고 종교행위를 지도하고 담당할 군인 성직자를 배치하고 있다. 이 제도는 모든 국민에게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인의 전투력 향상이라는 실용적인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군부대에 종교시설을 두고 성직자를 배치하는 것은 각 종교단체의 포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물론 불교나 천주교나 기독교의 각 교단에서는 이 기회를 활용하여 저마다 포교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군인들에게 헌법이 정한 신앙의 기회를 부여하고 전투력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군승제도가 생긴 이래 불교의 경우는 조계종에서 건립한 동국대학교를 통해 군승들의 수급이 이루어졌다. 동국대학이 그 역할을 맡은 것은 유일무이한 종립대학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동국대학은 그동안 어려운 상황에서도 군승파견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해 왔다. 최근에는 후발 주자로 진각종에서 종립으로 위덕대학교를 만들어 개교 이래 많은 인재를 배출하고 있다. 그리고 진각종은 '한국불교종단협의회'를 비롯한 불교계의 여러 단체나 행사에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통하여 불교의 위상을 높이는데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런데 진각종이 조계종과 종교의식이 다르다는 이유로 군승파송학교 지정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조계종측의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위덕대에서 군승요원을 양성할 수 있게 되는 일은 환영해야 할 일이지 조계종이 그것을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조계종에서 7년이나 군승 수급을 제대로 못한 지금의 현실에서 제2 제3의 위덕대학이 나와서, 국민의 기본 권리인 신앙의 자유를 군 복무 기간 중에도 누리게 하고 이로 인해 군 전투력이 증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진각종이 불교의 한 종파가 아니라면 문제는 또 다르다. 그러나 엄연히 한국불교의 한 종파로서 활동해왔고, 조계종도 진각종과 여러 부분에서 상호 협력하여 불교활동을 해왔다. 조계종의 이런 처사는 기득권을 배타적으로 누리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앞으로는 천태종에서 세운 금강대학에서도 성직자들이 배출될 텐데 그 때 가서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고집이다. 차라리 불교신자의 숫자를 기준으로 종파별로 군승배출 인원을 서로 약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불교내의 교단끼리 서로 얽힌 문제를 풀어가지 못하고 국가의 '법적인 판단'에 기댄다면 그 자체로 이미 망신이다. 세속의 사람들이 무명에 가려 바른 판단을 못할 때에 출가자 집단에게 길을 물을 수 있어야 그게 살아있는 교단이다.

더구나 군승수급에 관한 문제는 종단이 기준이 되어서 왈가왈부하기 보다는 군인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군인들 중에 불교를 신앙하는 이가 있으면 타 종교와 비례를 맞추어 거기에 해당하는 만큼 시설과 군승요원을 배치하야 한다. 똑같은 논리로 불교를 신앙하는 군인들 중에 진각종 신자들이 있으면 그 비례에 해당하는 만큼 진각종이 세운 종립대학에서 군승이 배출되어야 마땅하다. 군인들에게 신앙의 기회를 균등하게 주는 것이 기준임을 명심해야 한다.



신규탁(연세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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