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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노선 선택 신중해야

현재 미국 뉴욕의 허파역할을 하는 central park는 숲과 초원, 그리고 호수로 구성되어 있다. 공원내 인공 시설물은 박물관과 몇 가지 필수 시설물뿐이고 이용자가 전원을 거닐 듯이 공원의 자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보행로와 자동차 도로가 격리되어 있다. 따라서 오늘날 central park의 역할은 시민의 레져 공간일 뿐 아니라 뉴욕시의 생태계를 건전하게 유지하는 공간로서의 기능이 더 크다.

그러나 이 공원이 처음 설계될 1857년 당시에는 뉴욕시의 도시화가 현재와 달랐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넓은 녹지가 과연 필요할까 하는 의문을 제시했었다. 공원의 설계가인 조경가 프레드릭 로우 옴스테드는 central park의 역할을 1857년이 아닌 미래시대의 요구에 맞추어 설계를 했고, 그러한 혜안은 세월이 지날수록 빛나는 것 같다. 옴스테드의 전기를 보면 이러한 말이 나온다.

"우리는 다른 포유동물들과 같이 본능적으로 맑은 공기가 있는 자연서식지와 다양한 녹색 경관에 반응하도록 유전적으로 적응되어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자연을 이용 가능할 때만 얻을 수 있는 사치품이 아닌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이자 생물학적으로 꼭 필요한 필수품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 현명한 조경가의 말처럼 근래에는 자연이 우리 인간의 생물학적 건강에 필수적임이 과학적 연구를 통하여 밝혀지고 있다. 필자가 지난 2년간 수행한 연구도 자연경관이 근로자의 스트레스 해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인데, 심장박동이나 피부돌출 등으로 측정된 공장 근로자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자연경관을 볼 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자연을 보존하는 것은 곧 우리의 건강을 보존하는 것과 직결된다.

천성산과 금정산을 관통하는 고속철도의 노선을 변경하여야 하는 것은 자연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함이며, 이는 미래세대를 위한 현세대의 당연한 배려이다. 사실 윤회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세대가 곧 미래세대요, 비둘기의 목숨이 인간의 목숨과 전혀 차별이 없다면 돈과 시간을 조금 아끼기 위해서 이웃의 허리를 뚫는 것이 가당치 않은 것처럼 인간을 위해 자연을 파괴함도 윤리적인 문제가 된다.

터널이 자연의 생태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전문가'라는 단어와 '과학기술의 진보'를 방패와 창으로 이용한다. 그러나 현재의 과학기술이 미래의 문제를 정말 효과적으로 풀 수 있는가 라는 점이 의문이다. DDT는 발명될 당시 노벨상을 받을 정도였지만 현재는 어떤가? 시간이 지나면서 발명 당시에는 전혀 생각지 못한 잔류독성이 발견되고 간과 신장에 만성중독을 발생시키는 치명적인 결함 때문에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요즘 대구에서는 변전소 옆의 동네에서 마을사람 몇십 명이 암으로 계속 사망하고 있다한다. 변전소에서 측정되는 수치가 안전한계에 있다고 주장하지만, 비전문가로서 필자의 생각은 안전한 수치가 몇십년이 누적되면 그 효과는 단순한 덧셈을 넘는 보다 치명적인 것으로 변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런 우리가 과연 '과학과 기술'로 인생을 무장할 수 있는가? 고속철도공단과 건교부에서는 부산-경남 구간 고속철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협의체 구성'을 제시하였다 한다. 사실 현재의 관통노선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필자의 걱정이 괜한 걱정으로 끝나길 바라며,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것은 우리는 모두를 위해서 천성산과 금정산을 우회하는 노선을 원하며 그렇게 협의체가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고 두고 빛날 혜안과 결단이 절실한 때다.



이영경 교수(동국대 조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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