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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과 통도사 서운암

기자명 김태정

야생화 핀 절

야생화 핀 절야생화를 찾아 전국의 산과 들을 다니다 보면 많은 사찰들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나만큼이나 사찰의 앞마당을 수없이 그저 지나쳐 간 사람도 그리 흔치 않을지 싶다.

어떤 이들은 식사 때가 되면 절에 가서 공양을 하고 간다고 자기 집처럼 드나들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산길에서 밤이 되면 절에 가서 잠을 청하고 간다고 역시 자기 집처럼 들어간다. 나는 아주 위급한 상황도 아닌데 기도하는 도량에서 머문다는 것은 마음이 오히려 불편해 지기 때문에 어두우면 더듬더듬 더듬어서 마을로 내려오는 것이 더 편하다. 그런 때문인지 1970년부터 2000년까지 산에서 일하면서 거의 공양이나 잠을 잔일이 없다.

<사진설명>통도사 서운암 전경.

지난 몇 년 전 연구소에 전갈이 한 통 왔었다. 나를 잘 아는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이 양산 통도사의 서운암이란 암자가 있는데 그곳의 큰스님께서 한번 꼭 내려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나면서 매번 전화가 오면 곧 내려간다는 말만하고 가지 못했는데 지난 2001년에 드디어 양산 통도사에 내려가 서운암에 밤에 도착하여 인사만 하고 다시 마을로 내려와 잠을 자고 이튿날 다시 올라가 큰스님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몇 년 전부터 이 곳 서운암에 야생화를 많이 심으려 하는데 이름도 모르고 심는 방법도 몰라서 자문을 구했던 것이다. 이제까지 산에서 절을 지나치며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차이가 있는 도량인 것이다.



천연염색-들꽃잔치-밭농사

일 하는 스님에 편견 버려


큰스님께서는 온종일 감농사, 밭농사, 꽃농사 할 것 없이 늘 밭에서 일만 하시는 스님이시다. 또 간장, 식초, 고추장 등 여러 가지 장을 담가 절을 찾는 이들이 조금씩 가져가는데 특히 된장 맛은 일품이라 절을 찾는 이들 열이면 열 모두 꼭 가져가는 식품이다.

나는 지금까지의 편견 된 마음을 버리고 시간이 되는 대로 이곳 암자의 일을 돕기로 생각하고 그 날 밤 처음으로 암자에서 잠을 청했다.

큰스님께서는 지난 한때 우리나라의 천연염색 하는 법을 많은 제자들에게 전수시켜 지금은 이곳 저곳에서 천연염색을 하기도 한다. 6만평의 감나무는 대단한 과수원인데 말끔히 단장되어 많은 감을 수확한다. 그리고 한편에서는 젊은 스님들이 밤낮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한번이라도 절에 들어가 잠을 자거나 하루라도 생활을 하였으면 좀 일찍 깨우쳤을텐데... 하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생각했다. 그 해 서운암 들꽃 잔치가 열리고 많은 불자 또는 일반시민들까지 참여하여 아름다움을 체험한 것이다.
밤낮 없이 노력하여 일궈 논 들꽃마당 어쩌면 큰스님의 혼이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해도 들꽃 잔치가 열리고 더 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그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나는 3년 동안이나 내려가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후회되지만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자주 연락하고 직접 찾아가며 매년 더 아름아운 모습으로 바뀌어 가는 걸 확인하고 있다.

서운암 성파 큰스님의 일하시는 모습을 통해 내가 많은 깨달음을 얻었던 곳이 서운암이다.


김태정/한국야생화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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