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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도가 잉태한 일본의 불교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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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세 불교 설화」-「가까운 일본, 낯선 일본인」

‘日 중세문학의 꽃’ 첫 소개 12세기 정치적 혼란 엿보여

현실-단순 좋아하는 민족성이 세속적-실용적 일본불교 양산



우리나라와 일본이 공동 주최로 월드컵이라는 국제적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요즘 ‘불교’라는 돋보기를 통해 일본의 어제와 오늘을 낱낱이 살펴보는 두 권의 책이 눈길을 끈다. 12세기 경 일본 각지에 흩어져 있던 불교설화를 모아 엮은 카모노 쵸메이(鴨長明)의 「발심집」을 번역해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일본 중세 불교 설화」와, 일본 불교학계의 거봉 나카무라 하지메(中村元)가 불교의 수용과 변용 과정을 통해 일본인들의 의식구조와 사유방식을 해부한 「가까운 일본, 낯선 일본인」. 일본의 문화와 그들의 의식 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역작들이다.

「일본 중세 불교 설화」의 원본인 「발심집」은 12세기 경 일본의 유명한 은둔 수행자 카모노 쵸메이가 편찬한 책이다. 제목처럼 세상의 번뇌에 끌리는 자신의 마음을 경계하고 불교에 대한 발심을 일으켜 정진하려는 카모노 쵸메이의 굳은 결심이 담긴 책이다.

그가 태어난 12세기는 헤이안(平安)시대 말기에서 가마쿠라(鎌倉)시대 초기로 대화재·홍수·기근·질병 등 자연재해와 함께 전란이 끊이지 않아 민심이 동요되는 혼란기였다. 이러한 때 덕이 있는 스님들은 세상을 피해 숨어 지내며 자신의 해탈을 구하기에 주력했고, 세상에 몸을 드러내지 않는 이들에 대한 갖가지 설화들이 양산되었다. 황제의 부름을 피하고 세간의 이목을 받지 않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덕을 감추고 은둔한 스님들의 이야기, 속세의 인연을 끊고 극락왕생하기 위해 일심으로 발원해 원을 이룬 이야기는 혼란했던 당시 시대를 대변한다.

이 책은 불교학, 불교문학, 불교문화사 등을 연구하는데 근간이 되는 서적으로 대접받고 있는 일본판 「삼국유사」이다. (불광출판사, 5000원)

「가까운 일본, 낯선 일본인」의 저자 나카무라 하지메는 1999년 10월 10일 86세로 작고할 때까지 일본 전체가 우러른 일본 불교학계의 거봉이다. 이 대학자가 불교라는 현미경을 통해 일본인을 ‘일본인’으로 구분 짓는 민족 정서가 불교를 수용하는 과정과 태도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첨단의 과학기술을 자랑하면서도 ‘천황’ 앞에서는 맥을 못 추는 사람들. 명예를 존중해 할복자살을 하면서도 정재계의 부패구조가 만연돼 있는 점 등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본인들의 특성을 저자는 매우 세밀히 분석해 내고 있다. 현재를 중요시하고 개인보다는 조직과 국가를 우선하며 종교를 신성시하지 않는 성향, 논리적인 것보다는 단순 경쾌함을 좋아하는 그들의 민족성이 오늘날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일본의 세속적 불교를 생산해 낸 것. 일부 학계에서는 ‘퇴화’나 ‘변질’로 평가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변질이 일본다움을 갖춰 가는 과정임엔 틀림없다. (운주사, 12000원)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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