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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과 무위사

기자명 법보신문

‘성경학교’ 대신해 사찰로 스케치 여행

아이들 소란 떨어도 산사의 인심은 넉넉


‘아이들 부처님’과 함께한 여름미술학교
자연과 조화 이룬 금당 오래도록 추억돼우리 교회는 해마다 여름이면 화가 선생님을 모시고 어린이 미술학교를 열고 있다. 모든 교회가 성경학교를 하는데, 나는 그게 별로 마음에 맞지 않아 그만두고 아이들이 평생 한 번 만날까 말까 싶은 화가 선생님을 직접 만나게 해주고 있다.
작년에는 권정생 님의 그림동화 『강아지똥』을 그린 정승각 선생님을 모셔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고, 올해는 『노랑나비 내 친구』의 저자이며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 ‘노을’을 지으신 이동진 선생님을 모셨다.
첫날은 소풍가서 그림 그리기로 되어있다. 올해는 이웃마을 절집인 월출산 무위사(月出山 無爲寺)로 정했다. 대형버스에 틀어놓은 동요는 아이들이 깔깔거리는 소리에 묻혀 버린지 오래였다. 금당마을 연못에 잠깐 들러 백련(白蓮)을 스케치했다. 풍덩 풍덩 풍덩, 이 계속되는 소리는 무슨 소리인가. 연잎에 앉아 졸고있던 개구리들이 “뭔노므 아그들이 요라코롬 시끄럽다냐?” 꽁무니를 빼는 소리였다. 미안함 때문인지 몇몇 아이들은 연잎 위에 앉은 개구리를 주인공으로 그리기도 했다.
벽화로 이름난 무위사를 가는 노정에 하얀 연꽃을 알현하는 일도 보통 인연이 아니라는 생각이었다. 눈을 씻고 절에 간다! 이보다 더한 지극정성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아이들 부처님이 떼로 몰려가는데 어머니 아버지 부처님 마음이 얼마나 좋으시랴.
장부다운 우람한 사천왕상, 좌로 벽화보존각에 앉아 계신 아미타여래내양도를 비롯하여 오불도, 비천선인도, 국보의 가치에 가장 충실하다고 여겨지는 극락보전, 조선초기를 대표하는 아미타 삼존좌상이 계심에도 이 절집은 그지없이 고요하다. 때가 묻지 않았다. 그래서 이 절집이 하냥 고마울 따름이다. 후불벽화의 눈동자가 없는 관음보살, 보이지 않는 것의 소중함을 알라는 말씀이 아니겠는가. 보이지 않는 세계를 그냥 두지 못하고 눈에 보이게 하려고 억지를 쓰는 모든 중창 불사에 대하여 부처님은 분명 다른 마음이실 것이다.
아이들은 절집 이곳 저곳에서 푹신하니 앉아 그림을 그렸다. 포즈를 잡은 절집이 오늘따라 더욱 예뻐 보였다. 스님의 배려로 그늘진 평상 위에서 김밥과 수박을 나눠 먹고 무위사를 나왔다. 잠깐 뒤를 돌아다보았더니 삼존좌상 부처님 미소가 아이들 미소같이 보였다.

임의진 (강진 남녘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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