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있는 스님이야기』 현진 지음

젊은 수행자의 삶이 궁금하다면…

수좌들의 일상사 맛깔스럽게 풀어내

현진 스님의 잼있는 스님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참 재미있는 책이다. 출가 수행자들의 눈을 통해 비친 절집 이야기를 이처럼 담백하면서도 맛깔스럽게 접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저자의 글솜씨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무엇보다 일반인들로서는 쉽게 다룰 수 없는 소재 때문일 것이다.

현진 스님 자신의 일생 중 가장 ‘혹독한 시기’였다고 회고한 행자시절 이야기,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며 하루 기도정진 할 때마다 매일 보내주는 장미 한 송이에 힘을 얻어 기도 정진을 끝냈다는 이야기, 한여름 절집에서의 열무국수 말아먹는 이야기, 모두 하나같이 소박한 삶의 이야기다. 이런 풋풋한 이야기들은 현대 문명에 매몰되다시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지’라는 공통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여기에 수행 중에 일어나는 해프닝이나, 지대방에 모여 나눈 입담은 배꼽을 쥘만한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현진 스님의 이야기보따리 속에서 진주처럼 빛나는 것은 도반 스님들의 이야기다.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펼치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꾼의 주인공 지묵 스님, 도반들 사이에서도 ‘선지식’이라 추앙 받는 일선 스님, 오른손 엄지와 약지만 남기고 연지공양한 불굴 스님, ‘하심(下心) 보살’로 불리면서도 목욕을 좋아한다는 수보 스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이 시대에 참다운 수행자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것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현진 스님의 말처럼 수행자들은 이 시대 들꽃과 같은 존재다. 자신의 향기를 안으로 숨기며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본분사를 지키고 있는 수행자들이야 말로 진정 한국불교를 이끌고 계승하는 사람들이다. 현진 스님은 “이름 없는 들꽃이 산천을 지키듯, 절집의 한 모퉁이에서 목소리 낮추고 정진하는 운수납자들이 우리 집안을 이끌어 가는 보이지 않는 힘” 이라고 단언한다. 그 보이지 않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 책과 함께 이 화두 하나를 풀어보자. (다할미디어, 8000원)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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