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상, 모실까? 말까?” 진각종, 목하 고민 중

기자명 심정섭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종조의 뜻 받들며 불상 모실 방법 ‘고심’

포교 역량 한계 절감 “모시자” 목소리 확산 중


한국불교 대표적 밀교종단인 진각종의 심인당. 진각종을 좀 안다는 사람들은 이곳이 진각종의 수행법인 ‘옴마니반메훔 육자진언’을 염송하고 수행하는 수행처로 인식하지만, 일반인들은 첫 대면에서 일단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사찰의 법당에 해당하는 심인당에 들어서면 흔히 보아왔던 부처님 상이나 탱화는 온데 간데 없고 부처님 상이 있어야 할 자리에 덩그러니 ‘옴마니반메훔’육자진언 표식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인당을 처음 본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여기가 불교 종단 맞아” 또는 “무슨 법당에 부처님도 없고, 절도 안 하나”라며 삐딱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

그러나 진각종은 비로자나부처님을 교주로 모시고 옴마니반메훔 육자진언을 본존으로 모신 불교 종단임에 분명하다. 1947년 창종한 진각종은 ‘이 몸 이대로 부처를 이루는 즉신성불과 현실 속에서 현세정화’함을 교화이념으로 하고 있다. 다만 한국 밀교의 중흥조로 일컬어지는 회당 종조의 가르침에 따라 심인(心印)을 밝히는 것을 수행 목적으로 삼아 비로자나부처님이 교주임에도 불상 대신 육자진언 글자를 본존으로 모시는 게 다를 뿐이다.

<사진설명>심인당 내에 불상 대신 모신 육자진언 본존.

그런데 이 진각종에서 ‘불상을 모실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고 아직 공론화 단계까지 이른 것은 아니다. 내부적으로 많은 관계자들이 “지금의 모습으로 일반 대중을 포교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종조의 뜻을 받들면서 정체성을 확립할 대안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종단의 포교력 한계를 절감하고 대중 흡인력 향상을 위한 고민에 쌓였던 관계자들이 최근 몇 년간 중국의 법문사와 북인도 따보사 등 이국의 밀교 사찰에서 진각종의 신앙형태와 유사한 모습을 발견하면서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의 밀교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인도의 밀교 사찰 법당 구조가 심인당과 흡사한 형태를 보면서 종단 뿌리 찾기의 영역을 확대하고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본 것이다.

진각종은 2002년 현 효암 통리원장과 교육원장, 사감원장, 종의회의장 등 이른바 종단 4원장이 따보사를 처음으로 방문한 이래 올 들어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전·현직 통리원 집행부는 물론 정신적 지도자인 혜일 총인을 비롯한 종단 원로들까지 잇따라 따보사를 찾았다. 그리고 진각종의 가르침이나 심인당의 구조와 너무나 닮은꼴을 하고 있는 상황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돌아온 것이다. 단 하나 다른 점이라면 심인당에는 육자진언이 천년이 넘은 그 곳 따보사 법당엔 비로자나부처님이 있었다는 것뿐이다.

때문에 일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인사들은 거리낌없이 “당장 불상을 모시자”는 말을 꺼낼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창종 이후 단 한번도 불상을 모시지 않았던 종단 입장에서 ‘불상 모시기’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지켜온 특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반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옴마니반메훔’육자진언을 본존으로 모시고 불상을 모시지 않았던 진각종이 불상을 모실 수 있을지, 내부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