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물보시는 누구나 할 수 있는것

기자명 이미령

지혜로운 자가 법보시 할 수 있어

보시를 해보셨습니까?

어떤 것들을 베푸셨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손쉬운 보시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일일 것입니다. 돈도 안 들고 그다지 힘도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에게 말 한 마디 건네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입술만 몇 번 달싹거리면 가능한 일이건만 아무래도 말은 그냥 말이 아니라 마음이 담기는 것인가 봅니다. 마음이 따라주지 않으면 ‘아’ 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는 존재가 바로 우리들 인간입니다.

그에 비하면 차라리 재물의 보시가 쉽습니다. 좀 아까운 생각이 들긴 하지만 ‘나에게는 또 생길 테니…’, ‘또 벌면 되지…’ 하는 마음이 들면 제법 큰돈도 흔쾌히 내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재물의 보시에는 마음이 담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돈으로 때우면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경멸하면서 재물을 베푸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니까요. 이런 중생들의 얄팍한 마음을 눈치채셨는지 부처님은 재물로 보시할 때 여덟 가지를 알아야만 큰 공덕을 얻을 것이라고 귀뜸을 해주십니다. “때를 맞추어 보시하라. 신선하고 청결한 것을 보시하라. 자기 손으로 보시하라.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서원을 세워 보시하라. 과보를 바라서 보시해서는 안된다. 열반을 얻고자 보시하되 천상에 나기를 바라지 말라. 거룩한 복전에 보시할 것이요 어리석은 복전에 보시하지 말라. 중생에게 회향하는 마음으로 보시할 것이요 나만을 위해 보시하지 말라.”『증일아함경』 부처님의 가르침을 베푸는 일도 보시에 들어갑니다. 법의 보시라 불리는데 『미증유인연경』에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음식을 보시하면 하루의 목숨을 구제하고, 귀중한 보배나 재물을 보시하면 한 생의 궁핍함을 구제하지만 그것은 다 집착만을 더할 뿐이다. 법을 설하여 교화하는 것을 법시(法施)라고 하는데 이것은 중생들로 하여금 세간의 도를 벗어나게 한다.”

『지도론』에서는 법의 보시가 재물의 보시보다 더 훌륭한 이유를 자세하게 열거하고 있습니다.

“재물의 보시는 지혜로운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이 모두 할 수 있지만 법의 보시는 오직 지혜로운 사람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요, 재물의 보시는 오직 보시한 사람만이 복을 얻을 수 있지만 법의 보시는 보시한 사람과 보시 받은 사람이 함께 이익이 되기 때문이요, (중략) 재물의 보시는 탐욕과 질병을 불어나게 할 수 있지만 법의 보시는 삼독을 다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의 보시는 출가스님들이 재가신자에게 베푸는 설법을 가리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재가불자의 신분으로 크고 작은 법회에서 함께 경전을 읽는다거나 좋은 글귀를 소개해주는 일도 법의 보시라 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 벽에 붙여진 풍경소리는 물론이요, 고운 목소리로 찬불가를 불러서 사람들에게 감흥과 아울러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일도 참 훌륭한 법의 보시입니다. 그렇다고 재물을 감추어 두고 오직 경전 읽기에만 탐닉해서는 안됩니다. 『지도론』은 다시 이렇게 따끔하게 일침을 놓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람은 마음으로 깨닫고 돈 한 푼을 보시하는 것만 못하다. 돈 한 푼이라도 남에게 보시하는 일이 미혹한 마음으로 백천만 권의 경전을 읽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그런 까닭에 여래께서는 해(解)와 행(行)에 뜻을 두라고 가르침을 베푸신 것이다.”

요즘 주변에는 이론을 앞세워 머리만 커진 불교인이 눈에 뜨입니다. 출세간의 교리만이 전부가 아니라 세간을 착하고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불자의 기본자세라는 가르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자, 그러면 관세음보살은 우리에게 어떤 보시를 베푸실까요? 재물의 보시? 법의 보시?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