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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변화를 원한다면 관념의 울타리를 걷어 치워라

기자명 법상 스님
요즈음 난 또다른 하나의 여행을 떠난다. 삶이란 늘 여행길이며 그 여행길이란 언제나 새롭게 마련이지만. 똑같은 일상을 살더라도 새로운 여행은 떠날 수 있는 것. 꼭 애써 짐을 챙겨 길을 나설 필요는 없다. 똑같은 생각들을 가지고, 똑같이 반복하며 살다보니 우리 삶이 늘 그렇고 그렇지 새롭지를 못하다.

생각이 딱 틀에 박혀 있으면 서점엘 가도 늘 똑같은 류의 책만 고르게 되고, 사람을 만나도 꼭 내 뜻에 맞는 사람만 만나게 되고, 음식을 먹어도 내가 좋아하는 음식만 먹게 되며, 어디엘 가더라도 내 스타일의 장소만 찾는다. 왜 어디 강의를 들으러 가도 매일 앉는 자리만 앉게 되지 않는가. 앞에 앉는 사람은 어딜 가도 앞 자리에 앉고 뒤에 앉는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뒷자리 신세다.

종교도 마찬가지. 교회 다니는 사람은 교회만, 절에 다니는 사람은 죽자고 절에만 다니지 발길 닿는대로 자유로운 걸음을 휘적 휘적 내딛지 못한다. 부처님의 사상만 전부라고 생각하고 산다면 그 사람은 진리를 불교 속에 한정짓고 살기 때문에 참된 진리를 공부할 수 없으며, 하나님 만이 전지전 능한 신이지 다른 종교는 참 진리가 아니라고 내 안에서 고정 지어 버리면 그 사람은 참된 하나님을 만날 수 없는 노릇이다. 하나님이나 부처님은 딱 ‘이것이다’ 하고 한정지었을 때 이미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을 갈 때라도 바다가 좋은 사람은 늘 바다만 찾고, 직장을 구할 때라도 스스로 한계나 적성 같은 것을 정해 놓고 그 틀 안에서만 찾으며, 취미 생활도 기존에 스스로 정해 놓은 취미만 찾지 내 생각을 훌쩍 뛰어넘는 새로운 무언가를 찾지 못한다.

사람들이 다 그렇다. 제 스스로 자신의 적성, 취미, 재능, 능력, 사상 등, 다 정해 놓고 그 울타리 안에서만 살려고 발버둥이지, 그 울타리를 치워볼 생각은 좀처럼 하기 어렵다. 자신의 울타리에 스스로 갇혀 있기 때문에 그 울타리 안에서의 새로운 것만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고작 해야 그 안에서의 새로움일 뿐.

내 생각이 어딘가에 매여 있지 않고 좀 더 자유롭고 새로울 수 있다면 또다른 새롭고 신비로운 세상은 항상 우리 곁에서 기다리고 있다. 틀을 치워 버리면 한없는 자유와 통쾌하고 너른 세상을 만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언제나 제 스스로 울타리를 만들어 가두어 놓고서는 늘 마음은 자유를 원하고, 내 삶의 새로운 어떤 변화를 원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발상인가. 변화를 원하고, 자유를 원한다면, 무언가 새로운 삶의 전환을 원하고 있다면 내 관념의 울타리를 먼저 걷어 치우면 된다. 내 앞에 있는 온갖 한정된 관념들을 던져 버리면 된다. ‘나’ 앞에 그 어떤 다른 수식을 가져다 붙이지 않을 수록에 그만큼 우린 자유롭고 싱그러울 수 있다.

어디 어디 대학을 나온 나, 성격이 어떠한 나, 능력이며 적성이 어떤 나, 바다를 좋아하는 나, 부처님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나, 어떤 류의 책을 좋아하는 나... 수많은 우리 안의 한정 된 ‘나’가 자유로운 나를 옭아매고 있다.

‘어떠 어떠한 나’가 아니라 그 앞자리 한정개념을 비워 두어 보자. 그러면 그 자리에 어떤 것이라도 올 수 있다. 두려워하지 않고 다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 앞에 어떤 한정개념이 오더라도 우린 그것을 다 인정할 수 있고 그것 자체가 될 수 있다.

내 스스로 만든 생각의 한계에 갇혀 살지 말자.


법상 스님 buda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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