世(인간 세,세상 세) (풍속 속, 버릇 속)
‘불국토’에 대비해 사용
세(世) 자는 앞에서 살핀 적이 있다. 인간이라 함은 사람들이 사는 이 공간을 말하는 것으로 세상이라는 말과 동의어인 셈이다. 요즘 우리말에 사람을 인간이라 함은 잘못 전용된 용어이다. 속(俗)도 일반적으로 사람살이를 말한 것이다. 인(人)이 뜻 부분이고, 곡(谷)은 음이다. 풍속(風俗)이라 할 때의 풍도 세상의 교화(敎化) 또는 습속(習俗)의 의미이다.
한자어의 구성은 글자와 글자의 결합이고, 한자가 뜻글자이기 때문에 결국 단어와 단어의 결합인 셈이다. 이럴 때 두 글자의 결합에는 어느 한 쪽이 주된 뜻이 되고 어느 한 쪽은 수식의 기능을 갖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식의 기능은 주된 기능보다 앞에 오는 것이 단어 조직의 일반성이다. 본 단어에서도 속(俗)이 기본 기능이고 세(世)는 어디까지나 수식의 기능이다. 이 단어의 어순을 바꾸어 속세(俗世)라 하면 세(世)자에 주된 기능이 있어, 일반적인 통속적 세간을 의미하여 이상적 공간인 불국토(佛國土)나 선게(仙界)와 대칭되는 세계를 지칭함에 무게를 둔다. 그러므로 속(俗)은 수식의 기능이다.
풍속이나 습속은 세상사의 중간에 있어 현실적 삶에서 유행되는 일종의 버릇이다. 그러므로 항상 이 세상살이와 직결되어 있고, 항시 기층적 저변에 있어 이상적 상층 구조와 대칭이 된다. 세속을 벗어나는 것이 출가이니 출가자를 스님(僧侶)이라 하여 승·속(僧俗)으로 대칭되는 것이나, 우아함과 통속적인 것으로 대칭되어 아·속(雅俗)이라 하는 것은 모두가 세속적 삶의 저 너머에 진리의 참됨이 또 있어 그것을 추구하려는 이상적 대상의 갈구이다. 따라서 세속이 없이 뛰어난 진리의 세계가 없는 것이니, 이 세속을 진여의 실상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이 바로 수행이 아닐까.
이종찬/동국대 명예교수( sosuk0508@hanafo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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